분리되어 살던 남매를 다시 함께 살게 한 이야기
아이의 마음을 읽는 어른의 역할
아이를 오랫동안 교육하다 보면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만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잘 놀다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작은 일에도 크게 화를 내고, 어른이 달래도 쉽게 진정되지 않는 아이가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왜 이렇게 예민할까?”, “도대체 무엇이 문제일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마음이 담겨 있을 때가 있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도 그런 경험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한 아이의 반복되는 떼쓰기와 감정적인 행동을 지켜보면서 그 행동만을 고치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처한 환경과 관계를 함께 살펴보게 되었던 사례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의 이름과 일부 상황은 실제 사례와 다르게 각색하여 소개합니다.
유난히 감정 표현이 강했던 아이
어린이집에 다니던 민아는 평소에도 감정 표현이 큰 편이었습니다.
원하는 것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크게 울었고, 다른 친구가 자신의 놀이에 끼어드는 것도 힘들어했습니다. 교사가 차분하게 설명해도 쉽게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유아기의 감정 조절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정확한 언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속상함이나 불안, 서운함을 울음이나 떼쓰기, 공격적인 행동으로 표현하기도 합니다.
따라서 특정 행동만 보고 아이의 성격이나 심리 상태를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교사는 먼저 아이가 언제 힘들어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행동이 반복되는지, 평소에는 어떤 모습을 보이는지를 세심하게 관찰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아를 관찰하면서 나에게도 한 가지 의문이 생겼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무엇 때문에 이렇게 힘든 것일까?’

아이의 행동보다 먼저 살펴야 할 것
아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행동의 결과만 보는 것보다 행동이 나타난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민아의 가족 이야기를 살펴보면서 나는 아이가 경험하고 있는 생활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민아의 부모는 한동안 떨어져 지내다가 다시 가정을 이루게 된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형제 가운데 한 아이는 다른 가족과 함께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사정 때문에 선택한 생활 방식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입장에서 형제와 떨어져 지내는 경험은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시기에는 가족과의 안정적인 관계와 반복적인 일상이 정서적 안정감을 형성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애착 이론에서도 아이가 자신을 돌봐주는 사람과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관계를 경험하는 것이 정서 발달에 중요하다고 설명합니다.
물론 모든 아이의 행동을 가족관계 하나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기질, 발달 수준, 또래 관계, 생활환경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원인을 성급하게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생활을 전체적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남매를 바라보며 발견한 모습
어느 날 나는 민아와 형제가 함께 있는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습니다.
평소 어린이집에서 감정을 크게 표현하던 민아와 달리 형제와 함께 있을 때는 표정과 행동이 조금 달랐습니다.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고, 자연스럽게 옆에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서로가 곁에 있다는 것 자체가 편안해 보였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나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단순히 ‘떼쓰지 않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매일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잠들고, 서로의 존재를 확인하는 경험은 어린아이에게 안정적인 생활의 일부가 됩니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것은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이나 값비싼 물건만이 아닙니다.
때로는 가족과 함께하는 평범한 시간이 가장 중요한 환경이 되기도 합니다.

부모에게 아이의 모습을 이야기하다
나는 아이의 행동을 부모에게 전달할 때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가족의 문제를 지적하는 것처럼 들려서는 안 되었고, 부모에게 잘못이 있다고 판단하는 방식으로 이야기해서도 안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교사가 가정의 사정을 모두 알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있다”고 말하기보다 “아이의 모습을 함께 살펴보면 좋겠다”는 방향으로 접근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형제와 함께 있을 때 보이는 모습에 대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부모에게는 여러 가지 현실적인 사정이 있었겠지만, 아이에게는 형제와 함께 지내는 시간이 어떤 의미일 수 있는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지 않아서 떨어져 사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가족을 위해 선택한 결정이 아이에게는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양육에서는 어른의 의도뿐 아니라 아이가 그 상황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가족의 안정감이었다
부모는 많은 고민 끝에 가족이 함께 생활하는 방법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떨어져 지내던 형제를 다시 집으로 데려와 가족이 함께 생활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변화가 이루어진 뒤 민아의 모든 행동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감정적인 행동이 조금씩 줄어들었고, 이전보다 편안하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이 경험을 통해 아이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데는 단순한 훈육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아이에게 안정적인 환경을 만들어 주고,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도록 기다려 주며, 가까운 어른이 일관된 태도로 반응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떼쓰기를 무조건 고치려고 하지 않는 이유
아이의 떼쓰기나 울음은 부모와 교사를 힘들게 만들 수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때때로 행동을 빨리 멈추게 하는 데 집중합니다.
“울지 마.”
“그만해.”
“왜 또 그러니?”
“이제는 그만할 때도 됐잖아.”
하지만 아이가 감정을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은 성장 과정에서 조금씩 발달합니다.
따라서 어린아이가 강한 감정을 표현한다고 해서 그것을 단순히 버릇의 문제로만 보는 것은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물론 반복적인 공격 행동이나 심한 감정 폭발이 지속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아이의 발달과 환경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무조건 허용하거나 무조건 통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감정은 인정하되 행동에는 적절한 한계를 알려주는 균형이 필요합니다.
“속상했구나. 하지만 친구를 때리는 것은 안 돼.”
이처럼 감정과 행동을 구분해서 알려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를 변화시키기 전에 어른이 먼저 바라볼 것
아이를 키우거나 가르치는 어른에게 가장 어려운 일 가운데 하나는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눈앞에서 울고 있는 아이를 보면 빨리 울음을 그치게 하고 싶습니다.
친구를 밀치는 아이를 보면 즉시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 순간 한 번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아이의 행동이 항상 특별한 문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배가 고프거나 피곤해서 그럴 수도 있고, 발달 과정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능력이 아직 충분히 자라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또는 새로운 환경이나 가족관계의 변화, 또래관계에서 받은 스트레스 등이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아이를 이해하는 첫 번째 단계는 판단보다 관찰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해야 할 중요한 역할
유아교육 현장에서 교사는 아이의 행동을 단순히 통제하는 사람이 아닙니다.
아이의 생활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작은 변화를 발견하며, 부모와 소통하는 역할도 해야 합니다.
특히 다음과 같은 부분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첫째, 아이의 행동이 언제 반복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둘째, 특정 상황에서 아이의 감정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살펴야 합니다.
셋째, 아이가 편안함을 느끼는 사람이나 상황이 무엇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넷째, 가정과 기관에서 아이의 모습이 어떻게 다른지 부모와 소통해야 합니다.
다섯째, 교사의 판단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필요한 경우 전문가와 협력해야 합니다.
이러한 과정은 아이의 문제를 찾아내기 위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다
이 경험을 돌아보면서 부모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양육 방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도 실수할 수 있고, 가족에게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기지 않는 가정이 되는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겼을 때 아이의 입장에서 다시 바라보고 필요한 변화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안정감을 주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내가 혼자가 아니다’라는 느낌일 수 있습니다.
매일 함께 식사하는 시간, 하루 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시간, 잠들기 전에 나누는 짧은 대화처럼 평범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에는 이야기가 있다
민아의 사례를 통해 내가 가장 크게 배운 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시선을 바꾸는 일이었습니다.
문제 행동을 없애는 것에만 집중하면 아이의 행동은 그저 고쳐야 할 대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행동의 배경을 살펴보면 그 안에 아이가 표현하지 못한 감정이나 필요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행동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를 쉽게 판단하지 않고 한 번 더 관찰하는 것, 아이가 처한 환경을 함께 살펴보는 것, 그리고 부모와 교사가 같은 방향에서 아이를 바라보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습니다.
아이를 변화시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 항상 강한 훈육인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아이가 안전하다고 느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충분히 기다려 주며, 가까운 어른이 변함없이 곁에 있어 주는 것이 더 큰 힘을 발휘하기도 합니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아이의 모든 행동을 허용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로잡기 전에 그 행동이 나타난 이유를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른이 조금 더 천천히 바라보고, 조금 더 따뜻하게 기다려 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특별한 기술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매일 곁에서 아이를 관찰하고, 작은 변화에 귀 기울이고, 아이의 입장에서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
어쩌면 그것이 아이를 이해하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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