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 어떻게 가르쳐야 할까요?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갑자기 가져가는 모습을 볼 때가 있습니다.
친구의 자동차를 낚아채기도 하고, 친구가 가지고 놀던 인형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장난감을 빼앗긴 아이는 울고, 가져간 아이는 자기 것이라는 듯 장난감을 꼭 쥐고 서 있습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 어른은 당황하기 쉽습니다.
“왜 친구 장난감을 빼앗았을까?”
“친구가 가지고 놀고 있는데 가져가면 안 되지.”
“친구에게 미안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친구의 것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행동은 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어린아이의 행동을 지도할 때는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친구의 마음은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을까?
특히 만 2세와 만 3세는 또래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행동만 보고 아이를 욕심 많고 이기적인 아이로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지금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만 2세 현서가 좋아했던 119 자동차
만 2세 현서는 모형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119가 쓰여 있는 불자동차를 특히 좋아했습니다.
현서는 늘 일찍 등원해서 교실에 들어오면 자신이 좋아하는 119 자동차부터 찾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이었습니다.
교실에 들어선 현서의 눈에 다른 친구가 바로 그 119 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현서는 친구의 손에 들려 있던 자동차를 재빨리 낚아챘습니다.
친구는
“어? 어?”
하다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습니다.
현서는 화가 난 얼굴로 우는 친구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손에는 자동차를 꽉 쥔 채였습니다.
나는 현서에게 말했습니다.
“어쩌지? 민국이가 가지고 있는 자동차를 현서가 가져가 버렸네. 민국이가 속상해서 울고 있어.”
그러자 현서가 소리쳤습니다.
“내꺼야!”
“현서가 좋아하는 자동차야?”
현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민국이도 좋아해. 둘 다 좋아하는구나.”
현서는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불자동차 하나를 찾아 민국이에게 가져다주었습니다.
하지만 민국이는 그 자동차를 내팽개치며 더 크게 울었습니다.
현서에게는 같은 불자동차였지만 민국이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민국이에게 물었습니다.
“민국이 속상해?”
민국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현서가 너 놀고 나서 나한테 줄래? 이렇게 말하지 않아서 속상해?”
다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다 놀고 나면 나한테 줄래? 이렇게 말하면 줄 수 있어?”
민국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아하, 그렇구나. 민국이는 나중에 줄 수 있는데 현서가 갑자기 가져가서 속상한 거구나.”
그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현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나는 현서에게 말했습니다.
“현서야. 민국이는 부탁하면 들어줄 거래. 그런데 조금 기다려야 한대. 민국이한테 말해볼까?”
현서는 민국이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
“다 놀고 나 줄래?”
민국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민국이가 곧바로 자동차를 현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현서에게 사과를 시키지 않았던 이유
이 상황에서 나는 현서에게 “민국이에게 미안하다고 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과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 순간 내가 현서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은 친구의 장난감을 갖고 싶을 때 어떻게 요청해야 하는지였기 때문입니다.
만 2세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먼저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자신의 마음을 상황에 맞는 말로 표현하는 데에는 개인차가 큽니다.
“나도 가지고 싶어.”
“나도 해보고 싶어.”
“다 놀고 나면 나에게 줄래?”
이런 말을 적절한 순간에 사용하는 것이 아직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 2세 아이에게는 잘못한 행동을 지적하는 것과 함께, 그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말을 직접 알려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서에게도 그날의 목표는 분명했습니다.
친구의 손에서 자동차를 빼앗는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부탁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현서가 직접 “다 놀고 나 줄래?”라고 말했고, 그 말을 통해 자신이 원하던 자동차를 받을 수 있는 경험을 했습니다.
그 경험은 현서에게 다음번에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물론 민국이의 입장에서 보면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
민국이는 자신이 선택해서 재미있게 놀고 있던 자동차 놀이를 결국 너무 빨리 끝내고 현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친구가 부탁했다고 해서 내가 하고 있던 놀이를 반드시 포기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날의 지도 목표가 현서에게 요청하는 말을 알려주는 것이었고, 현서가 그 말을 사용해 좋은 결과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그 상황에서는 지도를 마무리했습니다.
아이들의 생활지도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그 순간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하나씩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만 3세 윤아는 조금 다른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그렇다면 만 3세가 되면 어떨까요?
만 3세가 되었다고 해서 친구의 장난감을 절대 가져가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언어가 발달하면서 자신의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많아집니다.
나는 만 3세 윤아를 관찰하면서 이런 차이를 흥미롭게 느낀 적이 있습니다.
윤아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친구들과 갈등이 거의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왜 그런지 자세히 관찰해 보았습니다.
윤아가 좋아하는 것은 역할놀이 영역에 있는 토끼인형이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친구가 그 토끼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윤아는 친구에게서 토끼인형을 빼앗지 않았습니다.
대신 친구 옆에서 함께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이 토끼는 몇 살이야?”
“토끼가 아파? 내가 의사 선생님이라구!”
그러다 보니 어느새 토끼인형을 가지고 있던 친구와 함께 놀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친구가 다른 놀이로 넘어가는 순간 윤아가 물었습니다.
“내가 토끼 가지고 놀아도 돼?”
윤아는 토끼인형을 갖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바로 나타내기보다 친구와 함께 놀고, 친구의 놀이가 끝나는 순간 자신의 요구를 말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또래 간의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부탁하는 것도 배우고, 거절하는 것도 배웁니다
그런데 아이들이 친구와 지내면서 배우는 것은 부탁하는 방법만이 아닙니다.
친구의 부탁을 거절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만 3세 태오는 “같이 놀자”, “너 하고 나 줄래?”라는 말을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친구에게 다가가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함께 놀자고 제안하는 모습이 좋았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싫어.”
라고 말하면 태오의 눈에는 금세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친구는 싫으면 싫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태오는 친구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직 쉽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태오 역시 다른 친구에게는 거절을 아주 솔직하게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이 거절당하면 속상해하면서도, 친구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싫어.”
라고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친구에게 거절의 마음을 표현할 때 사용할 말을 함께 정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해.”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갖고 싶지 않을 때도,
“지금은 곤란해.”
같이 놀자는 친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어려울 때도,
“지금은 곤란해.”
라고 말해보기로 했습니다.
친구의 부탁을 무조건 받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친구의 부탁을 거절당했다고 해서 자신의 마음이 무시당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에게는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함께 배울 기회가 필요합니다.
친구의 것을 빼앗지 않는 것만 가르쳐서는 부족합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에게
“빼앗으면 안 돼.”
라고 알려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에서 끝나면 아이는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를 수 있습니다.
“나도 가지고 놀아도 돼?”
“다 놀고 나면 나도 빌려줄래?”
“같이 해도 돼?”
처럼 원하는 것을 말하는 방법을 알려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친구가
“지금은 안 돼.”
라고 말할 수도 있다는 것도 경험해야 합니다.
그럴 때는
“친구가 아직 놀고 싶대.”
“그럼 조금 기다려보자.”
“다른 놀잇감을 찾아볼까?”
라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항상 얻는 경험이 아닙니다.
원하는 것이 있을 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으며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에게 친구의 마음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서 속상했나 봐.”
“너도 가지고 싶었구나.”
이렇게 아이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을 함께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에게 다른 사람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어른이 상황을 말로 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마음도 소중하지만 친구에게도 가지고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친구의 것을 가져가기 전에 물어볼 수 있다는 것.
친구가 아직 사용하고 있다면 기다릴 수도 있다는 것.
같이 놀이할 수도 있다는 것.
그리고 내가 거절당했을 때 속상한 것처럼 친구도 나의 거절 때문에 속상할 수 있다는 것.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들은 조금씩 또래와 함께 지내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아이를 ‘빼앗는 아이’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행동은 분명히 지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만으로 아이를 “욕심 많은 아이”, “친구를 배려하지 않는 아이”라고 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특히 만 2세 아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행동이 아닌 말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배움입니다.
만 3세가 되면서는 친구에게 부탁하고, 기다리고, 함께 놀이하고, 때로는 거절하는 방법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중요한 것은 아이가 한 번도 실수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실수했을 때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느 날에는 친구의 손에 들린 장난감을 향해 바로 손을 뻗던 아이가 잠시 멈출 수 있습니다.
그리고 친구를 바라보며 말할 수도 있습니다.
“나도 가지고 놀아도 돼?”
또 어느 날에는 친구의 부탁을 받고 자신이 하고 싶지 않다면
“지금은 곤란해.”
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짧은 한마디가 나오기까지 아이에게는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는 단순히 잘못된 행동을 막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의 발달 수준에 맞는 방법을 알려주고, 친구와 관계를 맺는 경험을 반복하게 하며, 조금씩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과정입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아이에게 우리가 가르쳐야 할 것은 단순히
“빼앗으면 안 돼.”
라는 한마디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네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 친구에게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기다리고, 어떻게 함께할 수 있는지.”
그리고 친구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까지 배우는 것입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작은 경험을 하나씩 쌓으며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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