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 정말 자기주도성이 자랄까요?

마음안내 2026. 10. 6. 09:18

부모나 교사들은 유아교육에 관한 여러 이론을 접하면서 오히려 혼란을 느낄 때가 있습니다.

 

아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는데, 한편으로는 다른 사람의 말을 듣고 따를 줄 아는 태도도 필요합니다.
자기 의견을 분명하게 표현하도록 도와야 하지만, 공동생활에서는 어른의 안내를 받아들일 줄도 알아야 합니다.

 

아이의 뜻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과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기준 사이에서 매번 마음의 갈등이 생기는 이유입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는 것이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선택하게 해야 할까요?
어른이 결정해주는 것은 자기주도성을 방해하는 것일까요?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느끼는 것은 자기주도성을 키운다는 것은 아이에게 모든 결정권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어른이 큰 기준을 정하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
어른이 큰 기준을 정하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

자기주도성은 자유롭게 생각하고 시도하는 경험에서 시작됩니다

유아에게 자기주도성을 길러주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놀이시간이 필요합니다.

놀이에는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아이 스스로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필요한 놀잇감을 선택하고, 친구와 어떻게 놀지 결정하며, 실패하면 다시 시도해 볼 수 있습니다.

어른이 “이렇게 해보자”고 계속 방향을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자유롭게 생각하고 시도할 수 있는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런 경험이 쌓이면 아이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해보고 싶은지 생각하고 표현하는 힘을 키워갑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에서도 모든 것을 아이가 결정하도록 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는 어른이 큰 기준을 정하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하도록 하는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오늘은 이 옷과 저 옷 중 어떤 것을 입을래?”

“간식으로 바나나를 먹을래, 고구마를 먹을래?”

“책을 먼저 볼까, 양치를 먼저 할까?”

이처럼 두 가지 정도의 선택지를 주면 아이는 자신의 생각으로 결정하면서도 선택의 범위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충분한 놀이시간을 통해 길러지는 자기 주도성
충분한 놀이시간을 통해 길러지는 자기 주도성

선택권과 결정권은 다릅니다

아이에게 선택권을 준다는 것은 아이가 원하는 것을 모두 받아준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안전이나 건강, 기본적인 생활습관처럼 어른이 기준을 정해야 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할지 말지, 위험한 곳에 갈지 말지, 친구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갈지 말지와 같은 문제까지 아이에게 선택하게 할 수는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른이 기준을 분명하게 정해주어야 합니다.

 

대신 그 안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줄 수 있습니다.

“자동차에서는 안전벨트를 해야 해. 네가 먼저 할래, 엄마가 도와줄까?”

 

이렇게 말하면 안전에 관한 결정은 어른이 하지만, 그 과정에서 아이가 선택할 수 있는 공간은 남겨둘 수 있습니다.

이 차이가 중요합니다.

아이를 존중하는 것과 아이에게 모든 결정권을 넘기는 것은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어른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어른의 정확한 기준이 필요합니다

선택권이 너무 많아지면 어떻게 될까요?

만 3세 현서는 등원할 때도, 하원할 때도 부모의 진땀을 빼는 아이였습니다.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면 엄마에게 이런저런 지시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엄마, 여기 소파에 앉아.”

“운동화는 엄마가 넣어.”

“내가 들어갈 때까지 가지 마.”

 

어느 날은 “엄마 먼저 가.”라고 했다가, 또 어떤 날은 “공원으로 돌아서 가.”라고 했습니다.

하원할 때도 상황은 비슷했습니다.

 

“이제 어디 갈 거야?”

“집에 가기 싫어.”

“아이스크림 사러 가자.”

아이스크림을 사주지 않으면 “안 갈 거야.”라고 버티기도 했습니다.

 

가방을 두고도 “내가 멜 거야.”라고 했다가 금세 “엄마가 들어.”라고 했습니다.

하원카드를 태그하는 것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가 하겠다고 했는데 엄마가 먼저 하면 “내가 할 건데 왜 엄마가 했어?”라고 화를 냈고, 반대로 엄마가 기다리고 있으면 “엄마가 해.”라고 요구했습니다.

 

현서의 엄마는 아이의 의견을 아주 잘 물어보는 분이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묻고, 가능한 한 아이의 선택을 존중해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현서에게 선택권은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라 엄마가 반드시 따라야 하는 요구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존중하려는 마음으로 시작했던 것이 조금씩 달라진 것입니다.

아이에게도 어른의 기준이 필요합니다

현서의 모습에서 중요한 것은 ‘고집이 센 아이’라는 판단이 아니었습니다.

그동안 아이가 경험해 온 관계의 방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것을 말하면 엄마가 들어준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에게는 어느 순간부터 엄마의 행동까지 자신이 정할 수 있다고 받아들여졌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은 선택권을 모두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어디까지가 아이의 선택이고 어디부터는 어른이 결정하는 일인지 경계를 다시 세워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등원할 때 엄마가 현관 소파에 앉아 있을지 말지는 아이가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현서는 엄마가 여기 앉아 있기를 원했구나. 그런데 엄마는 이제 가야 해. 현서도 선생님과 함께 들어가자.”

라고 알려줄 수 있습니다.

 

하원할 때 아이스크림을 먹을지 여부 역시 아이가 일방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스크림이 먹고 싶구나. 오늘은 아이스크림을 먹는 날이 아니야. 집에 가자.”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은 인정하지만 행동의 기준까지 아이에게 맡기지는 않는 것입니다.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자기주도성입니다

자기주도성을 키운다는 것은 아이가 어른의 말을 무조건 잘 듣게 만드는 것도 아닙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싫은 것은 싫다고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의견이 다를 때 자신의 생각을 설명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자기주도성입니다.

 

따라서 아이가 “싫어요”라고 말했다고 해서 무조건 고쳐야 할 행동으로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그 다음이 중요합니다.

 

“싫다고 말할 수 있어. 그런데 지금은 어린이집에 가야 하는 시간이야.”

“집에 가기 싫을 수 있어. 그래도 오늘은 집에 가야 해.”

 

처럼 아이의 감정과 행동의 기준을 구분해서 알려줄 수 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어른이 책임져야 할 부분까지 아이에게 넘기지 않는 것입니다.

싫어! 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자기 주도성입니다.
‘싫어’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역시 자기주도성입니다

자기주도성은 ‘마음대로 하는 힘’이 아닙니다

우리가 아이에게 길러주고 싶은 자기주도성은 마음대로 행동하는 힘과는 다릅니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고, 가능한 범위 안에서 스스로 선택하며, 다른 사람의 생각과 규칙도 함께 고려할 수 있는 힘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한한 선택권이 아닙니다.

충분히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시간과, 일상에서 스스로 선택해 볼 수 있는 작은 기회, 그리고 어른이 분명하게 세워주는 안전한 기준이 함께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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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선택권을 주면서도 “이것까지 네가 결정해야 해”라고 하지 않는 것.

반대로 어른이 모든 것을 정해버리지 않고 “이 안에서는 네가 선택할 수 있어”라고 알려주는 것.

그 균형을 찾아가는 과정이 부모와 교사에게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존중한다는 이유로 모든 요구를 받아줄 필요도 없고, 아이가 어른의 말을 잘 듣게 한다는 이유로 모든 선택의 기회를 빼앗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자유와 한계가 함께 있는 환경입니다.

그 안에서 아이는 자유롭게 생각하고, 작은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때로는 자신의 선택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험도 하면서 조금씩 자기 생각과 행동을 조절하는 힘을 배워갑니다.

 

결국 자기주도성을 키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이에게 모든 것을 맡기는 것이 아니라,

“여기까지는 어른이 정할게. 그리고 이 안에서는 네가 선택해도 괜찮아.”

라고 알려주는 것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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