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육아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음안내 2026. 10. 6. 14:00

아이들이 자라면서 자기 생각이 많아지고 하고 싶은 것도 분명해집니다. 그런데 부모 입장에서는 이것이 반갑지만은 않은 순간도 있습니다.

 

아침마다 “오늘은 이 옷 입을래.”라고 했다가 마음이 바뀌고, 양말을 고르느라 시간이 걸립니다. 신발을 신을 때도 혼자 해보겠다고 하면서 한참을 씨름합니다. 밥을 먹는 속도가 느린 아이는 다른 친구들이 다 먹고 일어날 때까지 식탁에 앉아 있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나 교사는 고민하게 됩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고 기다려줘야 할까?
아니면 생활에는 정해진 시간이 있으니 서둘러야 한다고 알려줘야 할까?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아이가 하고 싶은 만큼 무조건 기다려주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스스로 해볼 수 있는 시간을 주면서도, 함께 생활하기 위해 필요한 기준은 알려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마다 생활의 속도는 다릅니다

어른에게는 옷을 입고 신발을 신는 일이 아주 간단해 보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습니다.

옷을 고르고, 방향을 확인하고, 팔과 다리를 끼우고, 단추나 지퍼를 잠그는 과정 하나하나가 연습입니다.

 

밥을 먹는 속도도 아이마다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금방 식사를 끝내지만 어떤 아이는 한 숟가락을 먹고 주변을 살펴보거나 천천히 꼭꼭 씹어 먹습니다.

 

이런 차이를 두고 단순히 “왜 이렇게 느려?”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아이에게는 아직 자신의 속도가 있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스스로 해보겠다고 할 때는 조금 느리더라도 기다려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문제는 어른에게 주어진 시간과 아이에게 필요한 시간이 항상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데에도 방법이 필요합니다.

아침 준비가 힘든 아이들에게 ‘내일을 준비하는 바구니’를 만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기 의견이 많아지자 매일 아침 입을 옷을 고르느라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부모들의 이야기를 자주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 옷 싫어.”

“다른 양말 신을래.”

“가방은 내가 챙길 거야.”

아이의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지만 등원 시간은 정해져 있으니 부모도 마음이 급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원에서는 부모님들과 함께 조금 다른 방법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바로 ‘내일을 준비하는 바구니’였습니다.

 

아이들에게 바구니를 하나씩 준비해주고 사용 방법을 설명했습니다.

내일 등원할 때 필요한 옷과 양말, 가방, 준비물 등을 전날 미리 바구니에 담아놓는 것입니다.

 

그리고 준비가 끝난 모습을 사진으로 찍어 선생님에게 보내도록 했습니다.

원에서는 아이들이 보내온 사진을 출력해 게시해놓고 잘 준비한 모습을 함께 보며 칭찬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가 도와줘야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재미있는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미리 준비한 바구니 사진으로 원에서 칭찬도 받고 작은 상도 받다 보니 아이들이 먼저 바구니를 챙기기 시작한 것입니다.

 

“엄마, 내일 바구니 챙겨야 해.”

“사진 찍어서 선생님한테 보내줘.”

라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한다는 부모님도 있었습니다.

아침이 훨씬 수월해졌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이 방법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빨리 준비해”라고 재촉한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자신의 속도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아침에서 전날 저녁으로 옮겨준 것입니다.

 

아침이라는 촉박한 시간에는 어른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여유로운 저녁에는 아이가 직접 내일을 준비해볼 수 있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데에는 이처럼 환경을 바꾸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천천히 먹는 아이를 무조건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만 4세 연서는 식사시간이 긴 아이였습니다.

가을이 되어 날씨가 쌀쌀해지면서 점심식사 후에는 아이들과 공원에 나가 산책하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그런데 연서가 식사를 다 마칠 때까지 기다리다 보면 다른 아이들의 바깥놀이 시간이 너무 짧아지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그렇다고 연서에게 “빨리 먹어.”라고 재촉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연서는 음식을 꼭꼭 씹으며 천천히 먹는 아이였고, 교사는 그런 모습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연서에게 상황을 솔직하게 설명했습니다.

 

“연서야. 연서는 꼭꼭 씹어서 밥을 잘 먹어서 좋아. 그런데 연서가 다 먹을 때까지 기다리면 바깥놀이 시간이 너무 짧아져서 우리가 먼저 나가려고 해. 연서가 다 먹는 동안 ○○ 선생님이 옆에 있을 거야. 다 먹고 나서 양치하고 ○○ 선생님하고 나오면 돼.”

연서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교사는 연서에게 빨리 먹으라고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연서의 식사 속도는 존중하면서도 친구들과 함께 생활하기 위해 생기는 상황을 알려준 것입니다.

그런데 일주일쯤 지나자 신기한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연서의 식사 속도가 조금씩 빨라진 것입니다.

 

교사는 연서에게 “빨리 먹어야 해.”라고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연서에게는 친구들과 함께 밖에 나가 놀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자신의 속도를 무조건 바꾸도록 강요받은 것이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하게 된 것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교사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기다려준다는 것은 반드시 아이가 원하는 속도를 끝까지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상황을 알려주고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기다림이었습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아이가 할 수 있는 일을 대신하지 않는 것이 기다림입니다

아이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었다면 그다음에는 어른이 대신 해주고 싶은 마음도 조금 내려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신발을 신는 데 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바로 신겨주고, 옷을 입는 데 서툴다고 해서 대신 입혀주면 당장은 편하고 빠릅니다.

 

하지만 아이가 직접 해볼 기회는 사라집니다.

“네가 한번 해보고 어려우면 엄마가 도와줄게.”

“천천히 해봐. 기다리고 있을게.”

이런 말은 아이에게 자신이 해볼 수 있다는 믿음을 줍니다.

 

물론 아이가 너무 어려워하거나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라면 적절한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과 어른이 편하기 위해 대신해주는 것을 구분하는 것입니다.

기다림과 방임은 다릅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한다고 해서 아이가 원하는 만큼 모든 일을 하도록 내버려두는 것은 아닙니다.

아침에는 등원 시간이 있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는 함께 움직여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식사에도 생활의 흐름이 있고, 놀이가 끝나면 정리해야 할 시간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이러한 기준을 알려주는 것은 아이의 자율성을 빼앗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공동생활 속에서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네가 천천히 하고 싶은 마음은 알아. 그런데 지금은 우리가 함께 나가야 할 시간이야.”

“혼자 해보고 싶구나. 조금 기다려줄게. 그런데 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도와줄 거야.”

 

이처럼 아이의 마음은 존중하면서도 생활의 기준은 분명하게 알려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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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시간을 주는 것은 아이를 믿는 일입니다

아이의 성장은 어른이 정한 속도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떤 아이는 빨리 걷고, 어떤 아이는 조금 늦게 걷습니다. 어떤 아이는 옷을 금방 입지만 다른 아이는 오랫동안 연습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보다 빠른가가 아니라 어제보다 조금씩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고 있는가일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직접 해볼 시간이 필요합니다.

 

어른이 조금 늦더라도 기다려주고, 실수할 때 한 번 더 기회를 주고, 필요할 때만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준다는 것은 무조건 아이에게 맡기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스스로 해볼 시간을 주되, 어른은 필요한 기준과 도움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환경을 바꾸어 아이가 여유롭게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때로는 생활의 상황을 설명하여 아이 스스로 속도를 조절할 수 있도록 기다려줄 수도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언제나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자신의 힘으로 해볼 수 있다고 믿어주는 어른인지도 모릅니다.

조금 느려도 기다려주고, 어려워하면 도와주고, 스스로 할 수 있을 때는 한 걸음 물러서 주는 것.

 

그렇게 아이는 자신의 속도로 생활하는 방법을 배우고, 동시에 다른 사람과 함께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힘도 조금씩 키워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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