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 문제행동, '하지 마'보다 먼저 필요한 것 — 행동 뒤 마음을 읽는 방법과 만 5세 사례
유아 문제행동은 많은 부모와 교사가 가장 고민하는 주제 중 하나입니다.
친구를 밀치고, 장난감을 던지고, 줄을 서야 할 때 혼자 뛰어나가는 아이를 보면 '왜 저럴까?'라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그리고 곧이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이대로 두면 안 되는 것 아닐까?' 하는 걱정이 뒤따릅니다.
이 글에서는 유아 문제행동을 단순히 고쳐야 할 행동으로만 보지 않고, 그 행동 뒤에 숨은 아이의 마음을 읽는 방법을 나누어 봅니다. 한 어머니와 만 5세 민준이(가명)의 이야기를 통해, 행동 뒤 마음을 읽는 관점과 가정·어린이집의 협력 과정을 정리했습니다.
행동만으로 아이를 판단하지 않습니다
민준이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대개 내용은 비슷했습니다. 친구를 밀쳤다는 이야기, 장난감을 던졌다는 이야기, 줄을 서지 않고 뛰어다녔다는 이야기. 집에서의 민준이는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고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 것을 좋아하는 아이였는데, 어린이집에만 가면 자꾸 문제가 생겼습니다.
집에 돌아오면 야단치는 일이 많아졌고, 부모와 아이 사이의 분위기는 점점 경직되어 갔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힘들게 한 생각은 '우리 아이가 나쁜 아이인가?'였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자신의 마음을 자세히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속상해도 "속상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친구를 밀칠 수 있고,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오래 앉아 있어야 하면 몸이 먼저 움직이기도 합니다. 물론 밀거나 던지는 행동을 허용하자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된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다만 행동을 제한하는 것과 아이를 나쁜 아이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유아 문제행동 지도 연구들도 행동이 어떤 요구를 대신 표현하는지 파악하고 같은 목적을 이룰 다른 방법을 가르치는 접근을 권합니다. 그래서 민준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반복되는 행동에는 패턴이 있었습니다
민준이의 생활을 살펴보니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났습니다. 먼저 에너지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에는 비교적 편안했지만,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활동이나 자기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친구가 자기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려 할 때도 "내가 지금 놀고 있어", "조금 있다가 줄게"라고 말하기보다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문제행동이 나타나면 선생님과 친구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민준이에게 모였고, 아이에게 그것 역시 강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필요한 것은 "하지 마"라는 말이 아니라, 에너지와 감정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몸을 충분히 움직이면 마음도 차분해집니다
가정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신체 활동이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녁이면 민준이와 함께 집 근처 놀이터에 나갔습니다. 함께 뛰고, 정글짐에 올라가고, 공놀이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퇴근 후 나가는 일이 쉽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변화가 보였습니다. 충분히 뛰어논 날에는 저녁의 민준이가 훨씬 차분했고 잠자리에 드는 것도 수월해졌습니다. 신체활동이 유아의 자기조절력 발달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국내 연구들이 있는데, 어머니가 그것을 직접 경험한 것입니다.
주말에는 아버지와 함께 태권도장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민준이는 힘이 넘치는 아이였지만, 관장님은 그 모습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힘이 많은 만큼 그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고 보아 주었습니다. 발차기를 하고 기합을 넣으면서도 정해진 순서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경험이 쌓였습니다.
실제로 태권도 수업을 받으면 자기조절력이 높아지고 공격성 등 문제행동이 줄어든다는 영국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민준이가 잘하는 모습을 인정받는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자주 지적받던 아이가 도장에서는 칭찬을 받았고,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느끼게 해 주었습니다.

주먹 대신 말로 표현하는 연습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민준이는 화가 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했기에, 가정에서는 생활 속에서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속상했구나." "친구가 네 장난감을 가져가서 화가 났구나." "기다리는 게 답답했구나."
그림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이 친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면 너라면 어떻게 말할까?'
그리고 실제 상황을 놀이처럼 연습했습니다.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는 상황을 만들어 보고, 밀치는 대신 "내가 지금 가지고 놀고 있어", "끝나면 줄게"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고, 해결되지 않으면 "선생님, 도와주세요"라고 말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연습은 한두 번으로 끝나지 않았지만, 반복하면서 아이는 '화가 났을 때 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이 있다는 것을 배워 갔습니다. 이런 방식은 감정 코칭이라고 부르는데, 감정을 알아차리고 이름을 붙여주고 대안을 함께 찾아주는 부모의 태도가 정서조절 능력과 관련된다는 메타분석도 있습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였습니다
가정에서만 노력해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민준이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준이는 언제 가장 힘들어하나요?', '어떤 활동에서 자주 움직이나요?' 대화를 나누다 보니 민준이가 어려워하는 상황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활동 전에는 잠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었고, 교실에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거나 정리 시간에 장난감 상자를 옮기는 일을 맡겼습니다. 민준이는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이 교실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교사의 관심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문제행동을 할 때 관심을 받았다면, 이제는 잘한 행동을 찾아 바로 알려주었습니다. '오늘은 친구 차례를 기다렸구나.', '속상한 걸 선생님께 말로 이야기했구나.'
이때 중요한 것은 칭찬을 과하게 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 순간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짚어주는 것이 아이에게 더 분명한 신호가 됩니다.
| 행동 상황 | 행동 뒤에 있던 마음 | 대신 가르친 표현·방법 |
|---|---|---|
| 친구를 밀칠 때 | 지금 놀고 있는 것을 지키고 싶음 | "내가 지금 놀고 있어. 끝나면 줄게" |
| 줄을 서지 않고 뛰어다닐 때 | 움직이고 싶은 욕구 | 활동 전 움직일 기회, 물건 나르기 등 역할 맡기기 |
| 장난감을 던질 때 | 화남·속상함을 말로 표현하기 서툼 | "속상해요", "선생님, 도와주세요" |
변화는 흔들리며 찾아왔습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잘 지내다가도 다시 친구와 다투었습니다.
그래도 전체적인 흐름이 달라졌습니다. 어린이집 전화의 내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민준이가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 줬어요." "새로 온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 민준이의 높은 활동성과 적극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자유놀이 시간에는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며 친구들을 모았습니다. 달라진 것은 에너지의 양이 아니라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이었습니다.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날도 있었지만, 화가 났다는 것을 조금씩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생기면 선생님에게 도움을 청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가장 많이 달라진 사람은 부모였습니다. 어머니는 시간이 지나며 아이를 바꾸려고만 하기보다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물론 부모가 늘 차분할 수는 없습니다. 힘든 날에는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 어머니는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엄마가 아까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냈어. 미안해."
부모 역시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에 있고, 실수했을 때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도 아이에게 중요한 배움이 됩니다. 문제행동이 보일 때 부모와 교사가 함께 점검해 볼 항목입니다.
- 그 행동이 언제, 어떤 상황에서 나타나는지 관찰했나요
- 행동 뒤의 마음(지키고 싶음·움직이고 싶음·관심)을 상상해 보았나요
- 에너지를 발산할 시간과 도움이 되는 역할을 주었나요
-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 말해주었나요
- 대체 표현을 놀이처럼 반복 연습하게 했나요
- 잘한 행동을 그 순간 구체적으로 짚어주었나요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라고 물어보세요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분명히 지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하는 아이 자체를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아이를 이해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친구를 미는 행동 뒤에는 지키고 싶은 마음이, 계속 뛰어다니는 행동 뒤에는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방해하는 행동 뒤에는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아이마다 이유는 다르기에 모든 행동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걱정될 때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는 이 행동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라고 물어보세요. 이 질문은 아이를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이해하는 시선으로 데려갑니다.
아이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필요한 방법을 알려주고, 가정과 기관이 함께 기다려주면 아이는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 갑니다. 문제행동 뒤에 숨은 아이의 신호를 발견하는 것 — 어쩌면 그것이 아이를 돕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10.04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일 때, 행동 뒤 마음을 확인하는 질문 4가지와 실제 사례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일 때, 행동 뒤 마음을 확인하는 질문 4가지와 실제 사례
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어른의 눈에는 분명히 일부러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있습니다. 친구를 자꾸 툭툭 치거나, 다른 아이가 만들어 놓은 것을 건드리거나,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경
bom1212.com
2026.09.21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친구와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하고, 놀이하다가 친구를 밀기도 하고, 줄을 서다가 먼저 가고 싶은 마음에 친
bom1212.com
2026.09.21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이유는 환경과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이유는 환경과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꼭 나오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도 잘 듣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데, 집에만 오면 떼를 쓰고 정리도 하지 않으며 부모가 몇 번씩 이야기해야 움
bom121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