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싫어요' - 잘 다니던 만5세가 갑자기 등원을 거부할 때 우리 가족이 발견한 것
잘 다니던 유치원을 갑자기 거부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친구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 "왜 갑자기 엄마와 떨어지기 싫어하는 걸까?" 하는 질문이 꼬리를 뭅니다. 만 5세 아들 정우(가명)가 어느 날부터 아침마다 "유치원 싫어요, 안 가겠어요"라고 말하기 시작했을 때, 저도 같은 생각을 했습니다.
이 글은 그 원인을 찾아가던 과정에서 우리 가족이 발견한 것과, 일상을 조금씩 바꾸며 경험한 변화를 정리한 이야기입니다. 등원 거부를 겪는 부모가 아이의 하루를 돌아볼 때 참고할 점검 목록도 함께 담았습니다.
잘 다니던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을 거부했습니다
6월의 어느 날이었습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아침이라고 생각했는데 정우가 갑자기 말했습니다.
"유치원 싫어요." "오늘은 안 갈 거예요."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하루 이틀이 지나도 아침마다 같은 말이 반복됐습니다. 현관에서 울며 버티는 아이를 달래다가, 급한 마음에 야단치기도 하면서 보내야 했습니다.
출근 시간은 다가오고 아이는 울었지만, 유치원에서는 특별한 문제가 없다고 했습니다. 선생님께 여쭤보아도 이유를 찾지 못했고,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힘들었습니다.

원장님과의 대화가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전환점은 원장 선생님과의 대화였습니다. 원장님께서는 정우와 차분하게 이야기를 나누어 보시고, 평소 어떤 시간을 좋아하고 어떤 시간을 힘들어하는지 물어보셨습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사실이 있었습니다. 정우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아침에 유치원에 가기 전까지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었고, 가장 싫어하는 시간은 여러 학원에 가는 시간이었다는 것입니다. 원장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엄마가 좋은 것은 당연하지요. 그런데 왜 갑자기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이렇게 힘들어진 것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그 말을 듣고 우리 부부는 집의 생활을 다시 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유치원이 아니라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었던 것일까 하는 물음이 생겼습니다.
일상을 돌아보니 보이는 것이 있었습니다
저는 약사이고 남편은 한의사입니다. 정우가 만 4세일 때까지는 친정어머니께서 돌봐주셨는데, 만 5세가 되면서부터 우리 부부가 직접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문제는 부부 모두 토요일에도 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우를 약국과 한의원에 데리고 가는 날이 많았습니다. 처음에는 정우도 책과 퍼즐, 레고로 잘 놀았습니다.
우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우주 이야기를 좋아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휴대폰으로 영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좋아하는 분야를 찾아보는 정도라고 생각했지만, 부모가 일하는 시간에는 확인하기 어려웠고 우주 영상만 보던 아이가 다른 영상도 찾아보며 시간이 점점 늘어났습니다. 그때는 그것이 등원 거부와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원장 선생님과 정우의 하루를 하나씩 짚어가며 이야기하다 보니, 우리가 놓치고 있던 부분이 보였습니다.
엄마와 함께 있는 공간에는 늘 엄마의 휴대폰도 함께 있었습니다. 같은 공간에 있어도 아이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시간이 많았던 것입니다.
정우에게는 엄마가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놀고, 우주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에 휴대폰 영상을 보며 하루를 보내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 사실을 깨닫고 나니 아침마다의 거부가 조금은 이해되었습니다. 정우에게 유치원은 단순히 가기 싫은 곳이 아니라 엄마와 헤어지는 시간이 시작되는 곳이기도 했습니다. 물론 이것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행동에는 여러 이유가 함께 작용할 수 있습니다.
유아기는 부모와 대화하고 함께 놀면서 감정과 생각을 표현하는 경험이 쌓이는 시기이고, 부모-자녀 상호작용이 유아의 놀이성과 사회정서 발달을 잇는다는 국내 연구들도 있고, 부모의 놀이 상호작용이 인지·언어 발달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게는 그동안 부족했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일주일 동안 아이와 충분히 보내보기
원장 선생님께서 제안한 방법은 단순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부모가 번갈아 하원시키고 아이와 충분한 시간을 보내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도서관에도 가고, 공원에서도 놀고, 박물관에도 가보자고 했습니다. 특별하고 비싼 프로그램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노는 시간이었습니다.
반찬은 주말에 미리 준비하고 집안일은 조금 미루며, 아이와의 시간을 먼저 확보했습니다.
그리고 함께하는 시간에는 휴대폰을 내려놓았습니다. 엄마와는 이야기를 나누고 요리도 해보고, 아빠가 퇴근한 뒤에는 바둑을 두고 팔씨름을 하고 정우가 좋아하는 우주 이야기를 함께 보았습니다.
예전에는 아이가 혼자 놀 때 부모가 일을 했다면, 이제는 짧은 시간이라도 함께하기로 한 것입니다. 아이의 관심에 직접 물어보기도 시작했습니다.
"정우야, 우주에서 제일 궁금한 게 뭐야?"
우는 기다렸다는 듯 행성 이야기, 우주선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이때 깨달았습니다. 새로운 놀이를 만들지 않아도,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 충분히 좋은 놀이였습니다.
3개월 후, 아침이 달라졌습니다
일주일이 끝난 뒤에도 지킬 약속을 정했습니다. 엄마는 만나는 시간에 짧더라도 이야기를 나누고, 아빠는 퇴근 뒤 정우와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고, 그 시간만큼은 휴대폰을 내려놓기로 했습니다.
무엇을 할지는 정우와 함께 정했습니다. 딱지를 만들기도 하고 게임을 하기도 하고 쿠키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저녁마다 "오늘은 정우랑 뭘 하고 놀지?"가 우리 집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습니다.
"엄마, 오늘 저녁에 딱지치기 하자." "어제 아빠랑 딱지 20개 만들어놨어."
3개월이 지나니 더 이상 아침이 전쟁터가 아니었습니다. 등원을 거부하지 않았고 어느 날은 콧노래를 부르며 준비했습니다. 더 큰 변화는 저녁 시간을 기다리기 시작한 것입니다.
예전엔 함께하는 시간이 언제 끝날지 걱정하던 아이가, 저녁에 부모를 다시 만날 것을 알고 기대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부모의 생활도 달라졌습니다. 집안일은 오히려 늦게 끝났지만, 함께하는 시간에 집중하니 마음은 편안해졌습니다.
미국소아과학회는 만 2~5세의 화면 시청을 하루 1시간 이하의 고품질 콘텐츠로 제한하도록 권고하고, 세계보건기구도 만 2~4세는 하루 1시간 이내를 권고합니다.
다만 미디어 교육 안내들은 '화면을 없애는 것'보다 스마트폰을 대신할 여가와 경험을 함께 만들어 주는 것을 중요하게 꼽습니다. 우리 가족의 경험도 같은 방향이었습니다.

등원 거부가 생겼다면, 먼저 아이의 하루를 살펴보세요
정우의 경험에서 배운 것은 '등원 거부에는 반드시 하나의 원인이 있다'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마다 상황이 다릅니다. 다만 갑자기 가기 싫다고 할 때는 부모가 아이의 생활을 천천히 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원인을 캐묻기보다 편안한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누고, 가정과 기관에서 보이는 모습이 다를 수 있으니 담임교사와 정보를 나누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 돌아볼 항목 | 살펴볼 질문 |
|---|---|
| 최근의 변화 | 가정환경·부모 일정·유치원 생활이 달라졌나요 |
| 부모와의 시간 | 같은 공간에 있어도 함께하는 시간이 줄지는 않았나요 |
| 기관의 변화 | 교사 교체, 프로그램 변화 등은 없었나요 |
| 친구 관계 | 친한 친구의 전원 등 관계의 변화는 없었나요 |
| 생활 리듬 | 수면·식사 등 하루 흐름이 흐트러지지 않았나요 |
부모가 점검해 볼 항목입니다.
- 아이를 다그치기 전에 최근의 변화부터 돌아보았나요
- "왜 안 가려고 해" 대신 편안하게 들어주었나요
- 담임교사와 아이의 생활을 공유했나요
- 같은 공간이 아니라 함께하는 시간을 만들었나요
- 화면 사용만 줄이기보다 대신할 놀이와 대화를 만들었나요
- 거부가 심하게 지속되면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했나요
같은 공간에 있었는가, 마음을 나누었는가
정우가 유치원에 가지 않겠다고 했을 때 처음에는 그 행동을 없애려고 했습니다.
울지 않게 하고, 유치원에 가게 하고, 아침을 다시 평소처럼 돌려놓으려고 했지요. 하지만 원인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보다 그 행동 뒤에 어떤 마음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정우에게는 엄마와 아빠와 함께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고, 우리는 그것을 늦게 알아차렸습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정우는 다시 즐겁게 유치원에 다니고 있습니다.
어쩌면 아이가 완전히 달라진 것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하는 시간을 충분히 경험하며 자신의 마음을 편안하게 표현할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부모인 우리도 아이를 '잘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 아니라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를 만들어가는 한 사람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요즘 우리 집 저녁은 여전히 바쁘고 집은 가끔 엉망입니다. 그런데 우리 집에는 아이가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우리는 아이와 같은 공간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가"보다 "아이와 얼마나 마음을 나누며 함께 있었는가" — 그 질문이 정우의 등원 거부가 우리 가족에게 준 가장 큰 변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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