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마음안내 2026. 9. 21. 22:18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친구와 갈등이 생기는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하고, 놀이하다가 친구를 밀기도 합니다. 줄을 서다가 먼저 가고 싶은 마음에 친구 앞으로 뛰어들기도 합니다.

 

이럴 때 어른들은 흔히 말합니다.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해야지.”

그러면 아이는 짧게 대답합니다.

“미안해.”

 

그런데 아이가 사과를 했는데도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된다면 한 번쯤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 자신의 행동을 이해하고 미안한 마음으로 사과한 것일까요?

 

아니면 어른이 시키니까 “미안해”라는 말을 한 것일까요?

저 역시 유아교육 현장에서 이런 경험을 하면서 사과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일이 있습니다.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선생님, 준호가요.”

준호는 만 4세 남자아이였습니다.

색종이접기도 좋아했지만 활동적인 놀이를 더 좋아했습니다. 무엇이든 적극적으로 참여했고, 놀이를 할 때도 자신이 먼저 앞장서고 싶어 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 준호에게 친구들과의 갈등은 자주 일어났습니다.

친구가 쓰려고 가져다 놓은 색종이를 말없이 가져가기도 했고, 블록으로 구성물을 만들다가 필요한 모양의 블록이 부족하면 친구가 만든 구성물에서 빼오기도 했습니다.

 

줄을 설 때는 다른 친구보다 빨리 가고 싶은 마음에 재빨리 친구 앞으로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교실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이야기가 들렸습니다.

 

“선생님~ 준호가요.”

친구들은 준호가 자신의 색종이를 가져갔다고 이야기하고, 블록을 가져갔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줄을 새치기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그때마다 준호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친구가 쓰려고 가져다 놓은 색종이를 말없이 가져가면 친구는 어떤 기분일까?”

“친구가 만든 블록에서 허락 없이 가져오면 어떨까?”

 

준호는 이야기를 잘 들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대부분 이렇게 말했습니다.

“미안해.”

 

처음에는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잘못한 행동을 알려주고 아이가 사과했으니 상황이 정리되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그런데 비슷한 일이 계속 반복되었습니다.

“내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도요.”

어느 날 준호와 또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준호는 이번에도 “미안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저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 내가 미안하다고 했는데도 준서가 계속 화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저는 잠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준호에게는 “미안해”라는 말이 사과의 끝이었던 것입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충분히 생각하기보다 어른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면 자신의 역할은 끝났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준호에게 필요한 것은 “미안해”라는 말을 더 잘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왜 미안해야 하는지를 생각해 보는 경험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준호와 사과하는 방법을 조금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해 보자.”

그때부터는 바로 “미안해”라고 말하게 하지 않았습니다.

먼저 자신이 친구에게 어떤 행동을 했는지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준호야, 준서가 블록을 만들고 있었지?”

“그런데 준호가 필요한 블록이 없어서 준서가 만든 곳에서 하나를 가져왔어.”

“준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처음에는 쉽게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더 기다리면서 상황을 생각해 보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사과할 때도 단순히 “미안해”라고 끝내지 않도록 했습니다.

자신이 친구에게 한 행동을 구체적으로 말해보게 했습니다.

 

“준서야, 내가 네 블록을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와서 미안해.”

색종이를 가져갔다면,

“친구가 쓰려고 가져다 놓은 색종이를 내가 말도 없이 가져가서 미안해.”

 

줄을 새치기했다면,

“내가 먼저 가려고 친구 앞으로 들어가서 미안해.”

이렇게 자신이 한 행동을 직접 말해보게 했습니다.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사과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처음에는 준호에게 이 과정이 익숙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반복해서 경험하면서 사과하는 시간이 조금씩 길어졌습니다.

 

무엇을 잘못했는지 생각하고, 자신의 행동을 짚어보고, 친구에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준호는 자신이 반복해서 잘못했던 행동을 스스로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같은 행동을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하는 모습도 조금씩 보였습니다.

 

사과를 잘하는 아이가 되었다기보다 자신이 고쳐야 할 행동을 알아가는 모습이 나타난 것입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또 하나 중요한 것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사과를 받는 친구들의 변화였습니다.

“미안해” 한마디와는 달랐습니다

아이들끼리 갈등이 생겼을 때 준호가 “미안해”라고 짧게 말하고 바로 다른 놀이를 하러 가버리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 상대 친구는 여전히 화가 나 있었습니다.

 

친구 입장에서는 자신이 왜 속상했는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채 상황이 끝난 것처럼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준호가

“준서야, 내가 네 블록을 물어보지도 않고 가져와서 미안해.”

라고 자신의 행동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면 달랐습니다.

 

친구들은 대부분 마음이 풀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자신이 왜 속상했는지를 준호가 이해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저는 사과가 단순히 잘못한 사람이 마음을 표현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사과는 속상했던 사람의 마음이 다시 편안해질 수 있도록 관계를 회복하는 과정이기도 했습니다.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어느 날 준호가 저를 쳐다보았습니다

어느 날 재미있는 일이 있었습니다.

준호가 친구들과 블록으로 성을 쌓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지고 있던 블록을 거의 다 사용했는지 필요한 모형이 옆 친구에게 있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준호는 친구의 블록을 자연스럽게 가져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그날 준호는 옆 친구의 블록을 집으려다가 잠시 멈추었습니다.

그리고 저를 한번 쳐다보았습니다.

 

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지켜보았습니다.

그러자 준호가 갑자기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준서야! 나 이거 써도 되니?”

 

그런데 더 재미있었던 것은 준서에게 말을 하면서도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웃음을 꾹 참으면서 말했습니다.

 

“어휴, 우리 준호 신사로구나.”

그 말을 듣고 준호가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저는 그 순간이 참 인상 깊었습니다.

누군가에게 혼날까 봐 행동을 멈춘 것일 수도 있습니다.

 

선생님이 가르쳐준 방법을 기억했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준호가 예전처럼 바로 가져가지 않고 친구에게 먼저 물어보는 행동을 선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변화는 이렇게 아주 작은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사과를 가르친다는 것은 말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준호와 생활하면서 저는 사과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해”라는 말을 가르치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어른이 말하면 아이는 따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는 것은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준호에게 필요했던 것은 단순히 사과하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내가 무엇을 했지?”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 세 가지를 생각해 보는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준호는 조금씩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기 시작했습니다.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과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을 그냥 받아주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친구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것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알려주어야 합니다.

친구를 밀거나 때리는 행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다만 “왜 그랬어?”라고 혼내는 것에서 끝내기보다 아이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다른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블록이 필요했구나. 그러면 친구에게 먼저 물어보자.”

“먼저 가고 싶었구나. 그래도 줄을 선 친구가 있으니 차례를 기다려야 해.”

 

“친구의 색종이가 필요하면 가져가기 전에 물어보자.”

이렇게 아이가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하면 되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잘못을 지적하는 것만큼 다음에 할 수 있는 행동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어른도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주세요

아이에게 사과를 가르칠 때 어른의 모습도 중요합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잘못 말했을 때,

“아까 엄마가 너무 화를 내면서 말했어. 미안해.”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교사도 아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지 않고 판단했다면,

“선생님이 네 이야기를 끝까지 듣지 않고 먼저 생각했네. 미안해.”

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설명뿐만 아니라 실제 모습을 보면서 배웁니다.

사과가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자연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생활 속에서 배우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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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보다 중요한 것은 그 다음입니다

아이에게 사과를 가르치면서 저는 한 가지를 분명하게 배웠습니다.

사과는 말 한마디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알고,

상대방의 마음을 생각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지 생각하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그리고 그 과정이 반복되면서 아이의 행동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었습니다.

준호가 어느 날 친구의 블록을 가져가려다 멈추고,

“준서야, 나 이거 써도 되니?”

라고 물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 모습은 아주 작은 변화였지만 저에게는 의미가 컸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하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생각하며, 다음에는 조금 다르게 행동해 보는 경험.

그런 경험이 쌓일 때 아이는 진짜 사과의 의미를 배워가는 것 같습니다.

 

혹시 오늘 아이가 친구에게 잘못하고도 “미안해”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면 서둘러 말을 시키기보다 먼저 물어봐 주세요.

“무슨 일이 있었어?”

“친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다음에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사과의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은 상대방의 마음을 이해하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아이가 어른이 시키지 않아도 친구에게 다가가 자신의 행동을 설명하고 사과하는 날이 올 것입니다.

아이의 변화는 때로 아주 작은 순간에 나타납니다.

 

친구의 블록을 가져가기 전에 한 번 멈추는 것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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