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육아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왜 그럴까요?

마음안내 2026. 9. 22. 06:00

“선생님, 어린이집에서는 잘한다면서요. 그런데 집에만 오면 왜 이렇게 말을 안 들을까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이런 이야기를 자주 듣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친구들과도 잘 지내는데, 집에만 오면 떼를 쓰고 정리도 하지 않으며 부모가 몇 번씩 이야기해야 움직인다는 것입니다.

 

어떤 부모님은 “어린이집에서는 잘한다는데 집에서는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요”라며 속상해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아이가 어린이집과 집에서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은 아이에게 서로 다른 생활공간입니다. 함께 지내는 사람도 다르고, 하루의 흐름도 다르며, 어른들이 아이에게 기대하는 행동도 조금씩 다릅니다.

무엇보다 어린이집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은 아이에게 그 행동을 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왜 그럴까요?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왜 그럴까요?

“원장님, 우리 딸은 이중인격을 가진 것 같아요”

4월 학부모 상담 때 있었던 일입니다.

만 3세 민선이의 어머니가 담임교사와 상담을 마친 뒤 원장실로 들어오셨습니다.

 

어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원장님~ 우리 딸은 이중인격을 가진 것 같아요.”

나는 깔깔 웃으며 왜 그러시냐고 물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그렇게 잘한다네요. 정리도 제일 먼저 하고 선생님 말씀도 잘 듣는다는데요. 저는 정말 배신감을 느낀다니까요.”

“집에서는 잘 안 하나 보죠?”

“정리를 정말 안 해요. 제가 장난감을 몽땅 버려버릴까도 생각했다니까요.”

 

나도 웃으며 말씀드렸습니다.

“하하하, 정말 이상하네요. 민선이는 원에서 정리대장인데요.”

그러면서 어린이집에서 민선이가 어떻게 정리하는지 하나씩 설명해 드렸습니다.

아이가 정리를 잘하도록 환경부터 준비합니다

어린이집에서 정리시간이 되었다고 해서 교사가 단순히 “정리하세요”라고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정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먼저입니다.

 

바구니에 사진을 붙여 어떤 놀잇감을 넣어야 하는지 알 수 있도록 하고, 교구장과 바구니의 색상을 맞춰 아이들이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합니다.

 

만 3세 아이들은 글자를 읽지 못하더라도 사진이나 색깔을 보면서 “이건 여기 넣는 거구나” 하고 알아갈 수 있습니다.

또 한꺼번에 너무 많은 놀잇감을 꺼내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사용할 수 있는 적정한 양의 놀잇감을 제공하고, 아이들의 흥미가 달라지면 새로운 놀잇감으로 바꾸어 줍니다.

놀잇감이 지나치게 많으면 아이에게 선택의 기회가 많아지는 것 같지만, 오히려 무엇을 가지고 놀아야 할지 혼란스러울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 연령의 아이들은 눈앞에 보이는 놀잇감을 하나씩 꺼내다가 여러 가지 놀이가 뒤섞이기 쉽습니다.

따라서 아이들이 충분히 탐색할 수 있는 정도의 놀잇감을 제공하고, 놀이의 흥미가 줄어들 때 다른 놀잇감을 제공하는 방식이 정리에도 도움이 됩니다.

 

정리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 역시 생활습관을 가르치는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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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시간이 오기 전에 미리 알려줍니다

정리할 시간이 가까워지면 갑자기 “이제 정리해!”라고 하지 않습니다.

5분 정도 전에 미리 알려줍니다.

 

“시계 바늘이 이만큼 가면 정리할 거예요.”

아이들은 놀던 것을 갑자기 멈추는 것보다 다음에 무엇을 할지 미리 알고 있을 때 행동을 바꾸기가 조금 더 수월합니다.

정리시간이 되면 교사는 아이들의 모습을 살펴봅니다.

 

“○○가 퍼즐을 정리하고 있구나.”

“○○가 블록을 정리하고 있네.”

“○○는 스카프 정리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구나.”

“○○가 그릇을 정리하는 모습이 꼭 엄마들 같네.”

때로는 이렇게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앗! 여기 인형이 울고 있네. 어쩌지?”

그러면 아이들이 웃으면서 인형을 찾아 정리합니다.

 

정리시간에는 열심히 정리하는 아이도 있고, 계속 놀이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정리를 하다가 다시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모든 아이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매일 같은 과정을 반복하다 보면 아이들은 조금씩 정리시간을 인식하고 정리하는 방법을 익혀갑니다.

정리를 마친 뒤에는 함께 교실을 바라봅니다.

 

“우리 반 교실을 우리가 정리했네.”

“정말 깨끗해졌구나.”

“우리 정말 멋진 어린이들이야.”

그리고 즐겁게 다음 활동으로 넘어갑니다.

 

민선이 역시 이런 과정을 반복하면서 자연스럽게 정리하는 생활습관을 익히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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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선생님 말씀은 잘 들을까요?

민선이 어머니가 가장 궁금해했던 부분은 이것이었습니다.

“선생님 말씀은 잘 듣는데 왜 제 말은 안 들을까요?”

 

아이들을 오랫동안 만나온 현장에서 보면 이런 모습은 생각보다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아이들에게 선생님은 꽤 특별한 존재입니다.

 

선생님에게 인정받고 싶고, 칭찬받고 싶고, 선생님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어 합니다.

어린이집에 처음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어른들은 아이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해줍니다.

“선생님 말씀 잘 들어야 해.”

“선생님께 인사해야 해.”

“선생님 말씀 잘 들으면 선생님이 좋아하실 거야.”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서 아이에게 선생님의 말은 자연스럽게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선생님이 “정리하자”고 하면 열심히 정리하면서도 집에 돌아와 엄마가 같은 말을 하면 “싫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엄마를 싫어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엄마는 아이가 가장 마음을 놓을 수 있는 대상일 수 있습니다.

 

굳이 애써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도 나를 사랑해 줄 사람, 내가 울고 떼를 써도 결국 내 편이 되어줄 사람이라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어린이집에서는 의젓한 모습을 보이던 아이가 집에 돌아오면 갑자기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부모의 말을 무조건 받아줘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 부모가 편안한 존재라는 것은 매우 소중한 일입니다.

하지만 편안함과 모든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다릅니다.

엄마와 아빠에게도 지켜야 할 예절과 생활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이야기할 때는 잠깐 멈추고 들어보자.”

“아빠에게 물건을 줄 때는 던지지 말고 손으로 건네주자.”

 

“엄마가 도와줬을 때는 고맙다고 말해보자.”

“속상한 일이 있어도 엄마에게 소리를 지르지는 않기로 하자.”

 

이런 작은 생활 속 경험을 통해 아이는 부모를 대하는 바람직한 태도와 말투, 공손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에게 예의를 가르치는 것은 아이를 불편하게 만들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가장 가까운 가족 안에서부터 서로를 존중하는 방법을 배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부모와 교사가 함께 알려주면 아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민선이처럼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만 어려움을 보이는 아이에게는 “왜 너는 집에서만 그러니?”라고 묻기보다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잘할 수 있었던 이유를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기 쉬운 환경이 있었는지, 놀잇감이 너무 많지는 않았는지, 정리할 시간을 미리 알려주었는지, 정리하는 방법을 알고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에서 교사가 어떤 방식으로 지도하고 있는지 부모와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가정에서 어려움을 겪는 부분을 부모가 교사에게 이야기해 주면 교사는 어린이집에서 아이의 모습을 조금 더 세심하게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부모와 교사가 서로의 모습을 공유하면 아이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왜 그럴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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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에게 부모는 가장 가까운 사람입니다

아이들이 부모에게 편안함을 느낀다는 것은 매우 큰 선물입니다.

하지만 그 편안함 속에서 부모를 함부로 대하는 습관까지 굳어지게 해서는 안 됩니다.

 

엄마와 아빠도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부모에게 이야기할 때 어떤 말투를 사용해야 하는지, 부탁할 때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도움을 받았을 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생활 속에서 하나씩 알려줄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무조건 “말 잘 들어!”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서로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엄마 말이니까 무조건 들어야 해”라는 경험만 주기보다 “엄마와 아빠도 나를 존중하고, 나도 엄마와 아빠를 존중한다”는 경험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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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집과 집에서 모습이 다르다고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어린이집에서는 의젓한데 집에서는 떼를 쓰는 아이.

어린이집에서는 선생님 말씀을 잘 듣는데 집에서는 엄마 말에 반항하는 아이.

 

이런 모습을 보며 부모는 혹시 우리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장소에 따라 다르게 행동하는 것 자체가 이상한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어린이집에서 잘하고 있다는 사실은 아이에게 좋은 행동을 배울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습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부모가 할 일은 어린이집과 똑같은 아이로 만들려고 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어린이집에서 아이가 잘할 수 있었던 환경과 방법을 살펴보고, 가정에서도 적용할 수 있는 부분을 찾아보는 것입니다.

민선이 어머니에게도 “민선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정리대장이에요”라는 말을 전해드리면서 함께 웃었던 기억이 납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의 마음을 속상하게 하는 순간이 참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잘하고 집에서는 다르게 행동한다고 해서 아이를 나쁜 아이로 바라볼 필요는 없습니다.

그 차이 속에는 아이가 부모에게 느끼는 편안함도 있고, 환경의 차이도 있으며, 어른들의 기대와 지도 방식의 차이도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왜 우리 아이는 집에서만 이럴까?”라는 질문 대신

“우리 아이가 어린이집에서는 어떻게 잘하고 있을까?”

“집에서도 조금 쉽게 할 수 있도록 도와줄 방법은 무엇일까?”

하고 바라보면 좋겠습니다.

 

아이를 바꾸려고 하기 전에 환경을 바꾸고, 행동을 혼내기 전에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에게 가장 소중한 엄마와 아빠 역시 존중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차근차근 알려주는 것.

그런 경험이 쌓이면 어린이집에서 잘하던 아이의 모습은 조금씩 가정에서도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의 아이와 집의 아이는 서로 다른 아이가 아닙니다.

두 곳에서 모두 사랑받으며 자라고 있는 한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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