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육아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마음안내 2026. 9. 23. 21:15

“선생님,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에 올 때마다 울어요.”

 

아침마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일이 전쟁처럼 느껴지는 부모님들이 있습니다. 집에서는 괜찮다가도 어린이집 현관에 도착하면 울기 시작하고, 부모의 손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를 달래도 소용이 없고, 억지로 떼어놓으면 더 크게 울기도 합니다. 부모 역시 아이를 두고 돌아서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럴 때 부모는 고민합니다.

‘계속 울게 두고 가도 될까?’
‘어린이집이 정말 싫은 걸까?’
‘내가 아이를 너무 힘들게 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데 어린이집에서 여러 아이들의 등원 모습을 지켜보면 아이가 우는 이유는 모두 같지 않습니다.

부모와 헤어지는 순간이 힘든 아이도 있고, 부모가 떠난 뒤에는 금방 놀이를 시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반대로 등원하기 전부터 기분이 가라앉아 있고, 어린이집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것 자체가 힘든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등원할 때 우는 모습만 보고 아이의 마음을 단정하기보다는 아이의 등원 전 모습과 부모와 헤어진 뒤의 모습까지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아침마다 한참을 울었던 만 3세 세민이

제가 만났던 만 3세 세민이는 아침마다 아빠나 할머니와 함께 등원했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 도착하면 매번 울었습니다.

 

아빠는 울며불며 떼를 쓰는 세민이를 번쩍 안아 교실 안으로 들여보낸 뒤 “안녕”이라고 말하고 돌아가곤 했습니다.

세민이는 부모가 떠난 뒤에도 한참을 울었습니다. 거의 한 시간이 지나야 겨우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부모와 헤어지는 순간이 힘든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세민이를 자세히 관찰하면서 조금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세민이는 어린이집에 도착했을 때만 우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잠에서 깨어나 등원할 때까지 전반적으로 기분이 좋지 않았습니다.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반응했고, 평소보다 힘들어하는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세민이 엄마와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그동안 육아휴직 중이었는데 한 달 전부터 다시 출근을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세민이가 아침에 일어나기 전에 출근하기 때문에, 눈을 떴을 때 엄마가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었던 것입니다.

세민이에게는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만 힘든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늘 보이던 엄마가 보이지 않는 변화가 힘들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도 가족을 느낄 수 있도록 해주었습니다

우리는 세민이가 어린이집에서도 가족을 떠올리며 마음을 달랠 수 있도록 방법을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엄마의 사진을 코팅해서 교실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엄마뿐 아니라 가족사진도 교실 여기저기에 붙여주었습니다.

 

“세민아, 여기 엄마 사진이 있네.”

“아빠도 있구나.”

“할머니도 계시네.”

사진을 보며 가족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사진이 엄마를 대신할 수는 없지만, 세민이가 어린이집에서도 가족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와 함께 선생님은 세민이가 아침마다 어린이집에서 즐거운 일을 하나씩 발견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선생님은 매일 두 팔을 벌려 세민이를 맞아주었습니다

세민이가 등원하면 선생님은 두 팔을 벌려 세민이를 꼭 안아주었습니다.

그리고 아침부터 많은 질문을 해주었습니다.

 

“세민아, 오늘 아침에 뭐 하고 왔어?”

“세수는 혼자 했어?”

“밥은 뭐 먹었어?”

세민이가 대답하면 다시 반응해주었습니다.

“정말?”

“대단한데?”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아침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세민이에게는 중요한 시간이었습니다.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엄마와 헤어진 뒤 내가 어린이집에서 무엇을 하며 하루를 시작하는지’에 관심을 갖게 해주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리고 세민이가 울지 않고 온 날에는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우리 세민이 오늘 울지 않고 왔네? 정말 씩씩하구나.”

“엄마도 회사에서 씩씩하게 일하고 계실 거야.”

“우리 재미있게 놀고 이따가 엄마 만나자.”

엄마가 출근하는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엄마를 잊게 하려고 하지도 않았습니다.

대신 세민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재미있는 일과 사람들에게 조금씩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었습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어느 날 세민이에게 어린이집 이야기가 생겼습니다

그렇게 시간이 흘렀습니다.

학부모 상담을 하면서 세민이 엄마가 들려준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어느 날 아침을 먹으면서 세민이가 할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할머니, 나 오뎅 먹었다고 선생님한테 말해줄 거야.”

그리고 이어서 말했다고 합니다.

“밥도 혼자서 먹었다고 할 거야.”

저는 이 이야기를 듣고 참 반가웠습니다.

 

세민이에게 어린이집은 더 이상 엄마와 헤어지는 곳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혼자 밥을 먹었는지, 선생님에게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선생님과 나눌 이야기가 생긴 것입니다.

 

엄마의 출근은 그대로였습니다.

하지만 세민이의 아침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아침에 일어나 등원하는 과정이 안정되고,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시간도 편안해졌습니다.

두 달 정도가 지나자 세민이는 이전처럼 매일 울며 등원하지 않았습니다.

모든 아이가 오래 우는 것은 아닙니다

반면 만 2세 지민이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습니다.

지민이는 엄마와 헤어지는 순간 눈물을 글썽였습니다.

 

엄마와 떨어지는 것이 싫다는 마음을 분명하게 표현했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바이바이” 하고 떠나면 얼마 지나지 않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조금 전까지 눈물이 맺혀 있던 아이가 금세 웃으며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부모와 헤어지는 순간이 힘든 것과 어린이집 생활 전체가 힘든 것을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의 등원 울음만 보고 “우리 아이는 어린이집을 싫어한다”고 생각하기보다 부모가 떠난 뒤 아이가 어떻게 지내는지 교사에게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엄마가 떠난 뒤에는 어떻게 지냈나요?”

“얼마나 울었나요?”

“친구들과는 잘 놀았나요?”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의 하루를 조금 더 정확하게 볼 수 있습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부모의 한 번 더 하는 인사가 아이를 다시 돌아오게 할 수도 있습니다

만 2세 현호의 경우에는 부모의 등원 인사가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 수 있었습니다.

현호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등원했습니다.

 

조금 칭얼대기는 했지만 엄마가 “낮잠 자고 일어나면 데리러 올게”라고 말해주면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고 천천히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엄마가 뒤에서 다시 말했습니다.

“현호야, 재미있게 지내. 안녕!”

현호는 엄마의 목소리를 듣자 다시 현관으로 달려갔습니다.

이런 일이 매일 반복되었습니다.

 

현호가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유난히 어려운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자세히 보면 이미 선생님과 함께 교실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엄마의 목소리를 다시 듣는 순간 그 마음이 다시 흔들렸던 것입니다.

 

그래서 엄마께 등원 인사는 간단하게 해주시고, 현호가 교실로 향하기 시작하면 다시 부르거나 인사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드렸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함께 부탁드렸습니다.

 

아이에게 데리러 오겠다고 말한 시간과 약속은 꼭 지켜주기.

아이에게는 부모가 다시 온다는 경험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등원 인사는 짧고 분명하게

아이를 사랑하는 부모일수록 한마디라도 더 해주고 싶습니다.

 

“엄마 금방 올게.”

“잘 놀고 있어.”

“엄마가 조금 있다가 올게.”

“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들어.”

아이에게 몇 번이고 인사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등원할 때는 오히려 짧고 분명한 인사가 도움이 될 때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엄마 다녀올게. 낮잠 자고 일어나면 데리러 올게.”

정도로 이야기하고 아이를 교사에게 맡기는 것입니다.

 

아이의 눈물을 보고 다시 돌아가 안아주거나, 교실로 들어가는 아이에게 계속 말을 걸면 아이가 다시 부모에게 마음을 돌릴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울어도 무조건 빨리 떠나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아이의 마음을 따뜻하게 받아주되, 헤어지는 과정은 예측할 수 있고 반복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 부모의 등원 인사가 중요합니다

아이의 울음만 없애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세민이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처음부터 목표로 삼았던 것은 ‘울지 않게 만드는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엄마가 출근하는 상황은 우리가 바꿀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세민이가 어린이집에서 경험하는 즐거움을 조금씩 늘려주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선생님이 반갑게 맞아주고, 아침에 무엇을 먹었는지 이야기하고,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칭찬해주었습니다.

엄마의 사진을 보며 가족 이야기도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이따가 엄마를 만난다”는 약속도 반복해서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서 세민이에게 어린이집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처음에는 엄마가 없는 곳이었다면, 나중에는 선생님에게 아침에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싶은 곳이 되었습니다.

저는 이 변화가 참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울음을 억지로 참는 것이 아니라, 부모와 헤어진 뒤에도 자신의 하루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경험이기 때문입니다.

등원할 때 우는 아이를 바라볼 때

등원할 때마다 우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마다 이유와 모습은 다릅니다.

 

세민이처럼 가정의 변화가 등원 전부터 아이의 마음에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있고, 지민이처럼 헤어지는 순간만 힘들고 금방 어린이집 생활에 적응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호처럼 부모의 반복되는 인사 때문에 다시 마음이 흔들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래서 등원할 때 우는 아이에게 무조건 같은 방법을 적용하기보다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등원하기 전에는 어떤가?

부모와 헤어질 때는 어떤가?

부모가 떠난 뒤에는 어떻게 지내는가?

 

친구들과 놀 때는 어떤가?

식사와 낮잠은 편안하게 하는가?

이런 모습을 함께 살펴보면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이 무엇인지 조금 더 분명해집니다.

 

부모가 할 수 있는 일도 있습니다.

등원 인사는 짧고 따뜻하게 하고, 아이가 교사와 함께 교실로 향할 때는 믿고 맡겨주기.

데리러 오겠다고 약속했다면 그 약속을 지키기.

 

그리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만나는 작은 즐거움에 관심을 가져주기.

아이에게 “왜 또 울어?”라고 묻기보다 “오늘 선생님께 어떤 이야기를 해줄까?”라고 물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세민이가 할머니에게 “오뎅 먹었다고 선생님한테 말해줄 거야”라고 이야기했던 것처럼 말입니다.

 

아이에게 어린이집에서 기다리고 있는 즐거운 일이 하나씩 생기면 등원의 의미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엄마와 헤어지는 것이 가장 크게 느껴졌던 아이가 어느 날부터는 친구를 만나고, 선생님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자신이 한 일을 자랑하고 싶어질 수도 있습니다.

 

등원하는 아이의 울음을 단번에 없애는 특별한 방법은 없습니다.

하지만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모습을 자세히 바라보고, 일관된 방식으로 도와준다면 아이는 조금씩 자신의 하루를 살아가는 힘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물을 빨리 멈추게 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와 헤어져도 다시 만날 수 있고, 그 사이에도 즐겁고 안전한 하루를 보낼 수 있다는 경험을 쌓게 해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어느 날 아이가 뒤돌아보며 웃고 손을 흔들어 줄 때가 있습니다.

 

그때까지 부모와 교사가 조금씩 기다려주는 것.

그것이 등원하는 아이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따뜻한 도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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