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마음안내 2026. 5. 19. 21:46

“아이들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으면서도 어른들이 하는 말은 참 잘 기억하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특히 말을 배우기 시작한 아이가 어느 날 가족이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그대로 따라 하면 웃음이 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합니다.

 

20개월 무렵의 예진이에게도 그런 일이 있었습니다.

예진이는 가족들이 평소에 사용하는 말을 따라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데 단어만 따라 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할머니의 특유한 말투와 억양을 흉내 내고, 할아버지의 낮고 우렁찬 목소리까지 따라 했습니다.

 

처음에는 가족 모두가 그저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모습을 계속 보면서 아이가 주변 사람의 말을 얼마나 자세히 듣고 있는지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가족을 웃게 만든 예진이

어느 날 아침 7시였습니다.

예진이 엄마가 침대에 누워 있는 딸을 깨우려고 다가갔습니다. 그런데 그 순간 예진이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어어, 벌써 아침이네. 아이고 삭신이야. 비가 오려나?”

엄마는 그 자리에서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예진이가 한 말은 할머니가 평소 자주 하던 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더 재미있었던 것은 말투였습니다.

할머니가 말할 때의 특유의 억양과 느낌까지 그대로 흉내 내고 있었습니다.

 

할머니도 예진이를 안아 올리며 웃었습니다.

“이 손녀 봐. 할머니가 그렇게 말했나?”

그러자 예진이는 할머니 품에 안긴 채 다시 말했습니다.

 

“어어어, 삭신이야~ 삭신이야.”

아직 20개월밖에 되지 않은 아이가 할머니의 말을 흉내 내는 모습에 가족 모두가 한바탕 웃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가족들은 예진이가 그저 재미있는 말을 하나 배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그날 또 한 번 비슷한 일이 생겼습니다.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현관에서 들려온 “얼른 인나서 밥 묵어야지”

그날 아침 예진이 아빠는 출근 준비가 늦어 아침밥을 먹지 못했습니다. 우유 한 컵을 마시고 서둘러 집을 나서려던 참이었습니다.

아빠가 현관에서 신발을 신고 있는데 예진이가 뒤따라 나왔습니다.

 

그리고 아빠를 향해 큰 소리로 외쳤습니다.

“얼른 인나서 밥 묵어야지~ 에이그!”

순간 엄마와 할머니가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이번에도 할머니의 말투였습니다.

말의 내용뿐 아니라 말끝에 붙는 “에이그”까지 그대로 따라 했습니다.

아빠도 신발 끈을 묶던 손을 멈추고 웃었습니다.

“우리 딸 집에 할머니가 둘이야?”

 

예진이는 가족들이 왜 웃는지 모르는 듯 같은 말을 다시 반복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조금씩 알게 되었습니다.

 

예진이는 어른들의 말을 그냥 흘려듣고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매일 반복해서 듣는 말과 말투를 기억하고 있다가 자신이 말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밥상에서는 할아버지의 목소리를 따라 했어요

예진이의 모방은 할머니에게만 그치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아침 가족이 함께 밥을 먹고 있었습니다.

할아버지가 예진이에게 말씀하셨습니다.

 

“어허, 밥 먹을 때는 조용히 먹어야지. 밥풀 다 떨어진다.”

예진이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를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밥을 오물거리며 먹기 시작했습니다.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며 웃었습니다.

 

그런데 잠시 후 할아버지가 친구분 아들의 결혼식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누가 결혼을 하는지, 신부 집은 어디인지 이야기를 이어가고 계셨습니다.

그때 예진이가 갑자기 할아버지의 말투를 흉내 내기 시작했습니다.

 

“어어, 밥 먹을 때는 밥풀이…… 어어…….”

이번에는 할아버지의 낮고 우렁찬 목소리까지 비슷했습니다.

 

잠시 조용해졌던 밥상에서 웃음이 터졌습니다.

“허허허, 이 자식이 할아버지 흉내를 내네!”

할머니도 웃음을 참지 못했습니다.

 

“아이고, 정말. 이젠 애들 앞에서는 숭늉도 못 마시겠다.”

할아버지도 예진이를 바라보며 연신 웃으셨습니다.

예진이는 할아버지의 말을 따라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는 듯했습니다.

 

가족들은 그 모습을 보면서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듣고 있었던 것입니다.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어린이집 운동회에서 모두를 웃게 만든 한마디

그리고 얼마 뒤 어린이날 행사가 열렸습니다.

가족들이 함께 어린이집 운동회에 참석했습니다.

 

체육관에는 풍선 장식이 달려 있었고 아이들과 부모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했습니다.

여러 가지 게임이 진행되던 중 아버지들이 참여하는 과자 따먹기 게임이 시작되었습니다.

예진이 아빠도 아빠 팀에 참여했습니다.

 

엄마와 예진이는 관중석에서 아빠를 응원했습니다.

“아빠 화이팅!”

게임이 시작되자 아버지들이 일제히 과자를 향해 움직였습니다.

예진이 아빠도 과자를 향해 달려갔습니다.

그런데 아빠가 과자를 물기 바로 직전이었습니다.

 

관중석에서 갑자기 작은 목소리가 크게 들렸습니다.

“애비야! 빨리 따와!”

20개월 예진이였습니다.

그런데 말투가 또 할머니였습니다.

 

할머니가 평소 아빠를 부를 때 사용하던 그 말투 그대로였습니다.

순간 주변 사람들이 웃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을 하던 아빠들도 웃었고, 선생님들도 웃었습니다.

 

예진이 아빠는 얼굴이 빨개졌습니다.

하지만 예진이는 아랑곳하지 않았습니다.

 

“애비야! 애비야!”

계속 아빠를 응원했습니다.

할머니는 의자에 앉아 있다가 이 모습을 보고 얼굴을 가리며 웃으셨습니다.

 

“어떻게, 어떻게. 아휴, 정말 못 말려.”

할아버지는 박수를 치며 웃으셨습니다.

“우리 예진이 할머니 닮았네!”

 

사회자도 웃으며 예진이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우와, 우리 예진이 응원이 정말 기가 막히네요!”

그날 운동회의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예진이의 “애비야! 빨리 따와!”가 되어버렸습니다.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20개월 아이가 할머니 말투를 그대로 따라 했어요

20개월 아이가 말투까지 따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예진이처럼 어린아이가 어른의 말뿐 아니라 말투까지 따라 하는 것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20개월 전후의 아이들은 언어가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를 지나고 있습니다.

 

이때 아이들은 주변에서 듣는 말을 반복하면서 언어를 배웁니다. 엄마가 하는 말을 따라 하기도 하고, 아빠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가족처럼 가까운 사람의 말은 매일 반복해서 듣기 때문에 더 쉽게 기억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은 말의 내용만 듣는 것이 아닙니다.

누가 말하는지, 어떤 상황에서 말하는지, 목소리가 어떤지, 말의 느낌이 어떤지도 함께 경험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엄마의 억양을 흉내 내거나 할머니의 말끝을 따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예진이 역시 매일 가까이에서 지내는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말을 반복해서 들으면서 자연스럽게 그 표현과 말투를 따라 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한 가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가 어른의 말투를 잘 따라 한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또래보다 언어능력이 뛰어나다거나 앞으로 학습능력이 높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마다 말을 배우는 속도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진이의 모습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부분은 ‘특별히 뛰어난 아이’라는 평가보다는 아이가 주변 사람의 말을 듣고 관찰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해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아이는 가족의 말을 들으며 언어를 배웁니다

예진이의 모습을 보면서 가족들은 자연스럽게 어른들의 말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아이 앞에서는 말 한마디도 조심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어른도 실수할 수 있고, 재미있는 말을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아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가까운 곳에서 어른들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엄마가 자주 사용하는 표현을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따라 할 수도 있습니다.

 

아빠가 자주 하는 말투가 아이의 놀이 속에서 다시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할머니가 웃으면서 하는 말 한마디가 아이에게는 재미있는 표현으로 기억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아이의 언어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은 특별한 교재나 프로그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매일 함께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고, 웃고, 생활하는 그 과정 자체가 아이에게는 언어를 배우는 경험이 됩니다.

아이의 말을 들을 때 조금 더 귀 기울여 보세요

어린아이가 어른의 말을 따라 하면 부모는 흔히 웃으며 넘어갑니다.

예진이의 경우처럼 가족 모두를 웃게 만드는 귀여운 순간도 많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왜 그 말을 따라 했는지 잠시 생각해 보면 또 다른 모습이 보이기도 합니다.

‘이 말을 어디에서 들었을까?’

‘누구의 말투를 따라 한 걸까?’

‘이 말을 어떤 상황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기억하고 있을까?’

 

이렇게 바라보면 아이의 말 한마디가 단순한 흉내가 아니라 아이가 주변을 관찰하고 배우는 과정이라는 것을 조금 더 잘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아이가 따라 하는 모든 말을 그대로 허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표현이나 위험한 행동을 따라 한다면 분명하게 알려줄 필요가 있습니다.

반대로 가족을 웃게 하는 귀여운 표현이라면 함께 웃으며 받아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될 수 있습니다.

예진이의 “애비야”가 남긴 웃음

행사가 끝난 뒤에도 예진이의 이야기는 한동안 가족 사이에서 계속되었습니다.

아빠를 만난 사람들이 웃으며 말했습니다.

 

“따님 때문에 정말 재미있었어요.”

“정말 귀엽네요.”

집에 돌아온 뒤에도 할머니는 웃으며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정말 저렇게 말했나?”

할아버지는 예진이를 바라보며 말씀하셨습니다.

 

“우리 예진이가 할머니, 할아버지 말투를 다 기억하고 있었네.”

가족에게 예진이의 말은 그저 재미있는 추억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사람에게는 그 안에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하게 합니다.

아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이 듣고 있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일상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말과 말투도 아이에게는 하나의 언어 경험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20개월 예진이가 외쳤던

“애비야! 빨리 따와!”

라는 한마디는 온 가족을 웃게 만든 특별한 추억이 되었습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이런 순간들이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처럼 보였던 아이의 한마디가 온 가족의 웃음이 되기도 하고, 그동안 아이가 무엇을 보고 듣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주기도 합니다.

 

아이의 말이 아직 서툴더라도 귀 기울여 들어보세요.

어쩌면 그 작은 말 한마디 안에 아이가 가족과 세상을 관찰하며 배우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을지도 모릅니다.

2026.05.04 - [부모와 교사가 함께하는 육아] - 만 2세 아이 떼쓰기, 왜 그럴까요? 울음과 감정 폭발에 대처하는 부모의 방법

 

만 2세 아이 떼쓰기, 왜 그럴까요? 울음과 감정 폭발에 대처하는 부모의 방법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떼를 쓸까요?”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특히 만 2세 전후의 아이가 갑자기 울음을 터뜨리거나 바닥에 주저앉고, 원하는 것을 얻을

bom1212.com

2026.05.18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 문제행동으로 보였던 아이, 그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문제행동으로 보였던 아이, 그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친구를 밀치고, 장난감을 던지고, 줄을 서야 할 때 혼자 뛰어나가기도 합니다. 교사가 여러 번 이야기

bom121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