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유아 또래관계에서 교사의 역할

마음안내 2026. 7. 8. 22:03

아이들은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또래 친구들과 생활하면서 다양한 관계를 경험합니다. 함께 웃고 놀이하는 즐거운 경험도 있지만, 때로는 친구의 말 한마디 때문에 마음에 작은 상처를 입기도 합니다.

 

어른에게는 별것 아닌 말처럼 들리는 표현도 아이에게는 오랫동안 마음에 남을 수 있습니다. 특히 가족의 모습이나 외모, 말투, 생활환경처럼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부분이 친구들의 관심 대상이 되었을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오늘 소개할 이야기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들었던 한 사례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입니다. 한 아이가 친구들의 말 때문에 속상해했지만, 교사의 세심한 개입을 통해 자신의 상황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된 과정입니다.

 

이 사례를 통해 아이의 감정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 또래의 놀림에 교사는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부모는 아이와 어떤 대화를 나누면 좋은지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아이는 자신의 상처를 어떻게 표현할까?

희연이는 어느 날 유치원에서 가져온 부모 상담 안내문을 엄마에게 건넸습니다.

평소 같으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갈 일이었지만, 이날 희연이의 표정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엄마가 물었습니다.

“희연아,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잠시 머뭇거리던 희연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엄마… 애들이 희연이 엄마는 할머니라고 놀려.”

엄마는 순간 마음이 무거워졌습니다.

희연이 엄마가 또래 엄마들보다 나이가 많은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아이에게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 아니었습니다.

 

엄마는 겉으로는 웃으며 말했습니다.

“뭐, 어때. 할머니면 어때.”

하지만 마음속으로는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의 나이를 가지고 놀리는구나.’

‘희연이는 얼마나 속상했을까?’

아이의 입장에서 보면 친구들의 말은 단순한 사실 확인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엄마를 친구들이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이 마음 아팠던 것입니다.

 

여기에서 부모가 주목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아이가 “친구들이 나를 놀려”라고 말하는 순간은 부모에게 아이의 마음을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기회라는 것입니다.

“괜찮아”라는 말보다 먼저 필요한 것

아이에게 속상한 일이 생기면 부모는 흔히 이렇게 말합니다.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

“신경 쓰지 마.”

 

아이를 위로하려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실제로 원하는 것은 해결책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일 때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가 나보고 이상하대.”

라고 말한다면,

“괜찮아. 네가 뭐가 이상해.”

라고 바로 설명하기보다

“그 말을 들으니까 속상했구나.”

“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마음이 아팠겠다.”

라고 먼저 이야기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의 감정을 인정한다고 해서 친구의 행동을 무조건 정당화하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느낀 감정을 먼저 이해하고 난 뒤, 그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지 함께 생각하는 것입니다.

 

희연이 엄마 역시 아이를 걱정하지 않은 것이 아닙니다.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던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부모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아이의 마음을 잘 이해하고 싶지만, 막상 아이가 상처받은 이야기를 꺼내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당황하게 됩니다.

그런데 희연이에게는 다음 날 예상하지 못한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엄마, 선생님 엄마도 할머니래!”

다음 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희연이는 얼굴을 발갛게 상기시키며 엄마에게 달려왔습니다.

 

“엄마! 엄마! 선생님 엄마도 할머니래!”

엄마는 깜짝 놀랐습니다.

“그래? 선생님 엄마도 할머니래?”

 

희연이는 신이 나서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선생님이 희연이에게 물었다고 합니다.

“희연아, 희연이 엄마는 할머니셔?”

희연이가 “네”라고 대답하자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어머, 그래? 우리 똑같네. 우리 엄마도 할머니야.”

희연이는 이 이야기를 아주 기쁜 표정으로 엄마에게 전했습니다.

 

전날까지 엄마가 할머니라는 사실 때문에 마음이 무거웠던 아이가 하루 만에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것입니다.

그날 이후 희연이는 선생님과 나눈 이야기를 집에 와서 자주 들려주었습니다.

 

“엄마, 선생님이 오늘도 나한테 이야기해줬어.”

아이에게 선생님은 어느 순간 자신의 상황을 이해해주는 특별한 사람이 되어 있었습니다.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름을 없애는 것’이 아닙니다

이 사례에서 선생님이 한 행동을 자세히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선생님은 희연이에게

“할머니가 아니야.”

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친구들에게도 희연이의 엄마가 할머니가 아니라는 식으로 사실을 바꾸어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받아들였습니다.

 

“너만 그런 것이 아니야. 나도 그래.”

이 한마디는 아이에게 매우 큰 의미가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자신과 다른 모습을 발견하면 그것을 궁금해합니다. 때로는 그 궁금증을 적절한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반복해서 이야기하거나 놀리는 행동으로 나타내기도 합니다.

 

이때 어른이 “그런 말 하면 안 돼”라고만 이야기하면 행동은 멈출 수 있지만,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고 다른 사람의 상황을 바라보는 방법까지 배우기는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궁금해하는 차이를 숨기거나 없애기보다 ‘사람마다 가족의 모습과 생활 방식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입니다.

선생님은 희연이 한 명만 가르친 것이 아니었습니다

희연이 엄마가 상담을 위해 유치원을 방문했을 때 선생님은 그동안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주었습니다.

 

친구들이 희연이 엄마의 나이를 이야기하자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엄마와 가족에 대해 설명해주었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자신의 엄마도 할머니이고, 희연이 엄마도 희연이를 사랑하는 엄마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엄마들은 모두 자녀를 사랑한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선생님의 설명을 듣고

“아~~ 그렇구나.”

라고 받아들였다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희연이에게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희연이의 마음을 살펴주는 동시에 친구들이 다른 사람의 가족을 바라보는 관점도 함께 넓혀준 것입니다.

이것이 유아교육에서 교사의 중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문제가 생겼을 때 그 아이만 따로 보호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또래 집단이 함께 배우고 성장할 수 있도록 상황을 교육적인 경험으로 바꾸는 것입니다.

아이들의 ‘놀림’에는 교육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물론 친구를 놀리는 행동을 그대로 두어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가족이나 외모, 신체적 특징, 생활환경 등을 가지고 반복적으로 놀리는 행동은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유아기의 또래관계에서는 아이들이 세상의 다양한 모습을 아직 충분히 경험하지 못해 낯선 상황을 단순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습니다.

‘엄마’와 ‘할머니’는 서로 다른 역할이라고 알고 있던 아이에게 한 사람이 동시에 엄마이면서 다른 아이에게는 할머니일 수 있다는 상황은 처음에는 낯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들이 가진 궁금증을 무조건 잘못된 것으로 취급하기보다 적절하게 설명해줄 필요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이 말할 수 있습니다.

 

“가족은 모두 똑같은 모습일까?”

“친구의 가족과 우리 가족이 다른 점은 무엇일까?”

“엄마와 아빠가 되는 나이는 사람마다 같을까?”

“우리 가족과 다른 가족을 보았을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이런 질문은 아이들이 가족의 다양성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아이의 상처를 치유한 선생님의 한마디

부모가 아이의 상처를 발견했을 때

그렇다면 부모는 아이가 친구 때문에 속상해할 때 어떻게 반응하면 좋을까요?

1. 먼저 아이의 마음을 들어주세요

아이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해결책부터 제시하기보다 아이가 무엇 때문에 속상했는지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 말을 들었구나.”

“그래서 마음이 속상했구나.”

“엄마에게 이야기해줘서 고마워.”

처럼 아이의 감정을 받아주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2. 아이가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도록 해주세요

친구가 놀렸다는 이유로 아이가 자신의 가족이나 외모, 이름 등을 부끄러워할 필요는 없습니다.

“네가 잘못한 것이 아니야.”

“가족의 모습은 서로 다를 수 있어.”

라고 알려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3. 반복되는 상황이라면 교사와 소통하세요

한두 번의 말보다 반복적으로 놀림이 이어지고 아이가 유치원에 가기 싫어하거나 위축되는 모습을 보인다면 부모가 혼자 해결하려고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에게 아이가 집에서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차분하게 전달하고, 교육기관에서는 어떤 상황이 있었는지 함께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부모와 교사가 같은 방향으로 아이를 지원하면 아이도 훨씬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4. 아이가 다른 친구를 놀리지 않도록 함께 이야기해주세요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는 경우뿐 아니라, 반대로 우리 아이가 다른 친구의 특징을 궁금해하거나 놀리는 상황에서도 교육이 필요합니다.

 

“왜 저 친구는 우리와 다를까?”라는 질문을

“이상해서 그런 거야.”

로 끝내기보다

“사람마다 다르게 생기고 다르게 살아.”

“궁금한 것이 있으면 놀리지 말고 물어볼 수 있어.”

라고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교사의 한마디가 아이에게 오래 남는 이유

희연이에게 선생님의 말이 특별했던 이유는 단순히 “괜찮아”라고 위로했기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에게 자신과 비슷한 경험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었고, 자신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자연스럽게 느끼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생님이 아이의 상황을 교육의 기회로 바라보았다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생긴 작은 어려움을 문제로만 보지 않고,

 

‘이 일을 통해 아이들이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라는 관점으로 바라본 것입니다.

 

유아교육에서 교사는 지식을 전달하는 사람만은 아닙니다.

아이들이 친구를 만나고, 갈등을 경험하고,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하고, 그 차이를 이해하도록 돕는 사람입니다.

때로는 교사의 짧은 한마디가 아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새로운 기준이 되어주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어른이 보여주는 태도를 배웁니다

아이들에게 다양성을 가르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어려운 설명만 반복하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어른이 다른 사람을 대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훨씬 자연스러운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다른 가족을 만났을 때 이상하게 바라보지 않는 모습,

친구의 다른 점을 놀림거리로 만들지 않는 모습,

누군가 속상해할 때 먼저 마음을 살펴주는 모습.

아이들은 이러한 일상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을 대하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따라서 유아의 또래관계에서 중요한 것은 갈등을 완전히 없애는 것이 아니라, 갈등이 생겼을 때 어떻게 이해하고 해결하는지를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마치며

희연이의 이야기는 특별한 한 사건처럼 보이지만, 사실 아이들이 생활하는 곳에서는 비슷한 일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습니다.

 

누군가는 엄마의 나이 때문에, 누군가는 외모 때문에, 또 다른 아이는 말투나 가족의 모습 때문에 친구의 질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삶이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에 친구들이 그것을 이상하게 바라보면 당황하고 속상할 수 있습니다.

 

이때 필요한 것은 아이에게 자신의 모습을 숨기라고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고, 그 다름 때문에 누군가를 놀릴 필요는 없다”는 것을 배우도록 돕는 것입니다.

 

희연이에게 선생님의 한마디는 자신의 가족을 부끄럽게 바라보던 마음을 조금씩 내려놓게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은 한 아이를 위로하는 데서 멈추지 않고, 친구들이 서로 다른 가족의 모습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아이의 작은 상처를 발견하고, 그 마음을 살펴주고, 또래가 함께 배울 수 있는 경험으로 바꾸어주는 것.

이것이 바로 유아교육 현장에서 교사가 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아닐까요?

 

아이들이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서로 다른 모습과 이야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 차이를 낯설어하기보다 궁금해하고, 놀리기보다 이해하고, 다름을 틀림으로 생각하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

 

어쩌면 우리가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중요한 생활교육은 바로 여기에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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