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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by 마음안내 2026. 7. 17.

30년 전, 내가 만 3세 반을 맡았을 때 지훈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지훈이는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다. 그냥 자동차를 좋아하는 정도가 아니었다. 길에서 볼 수 있는 자동차의 이름을 줄줄 외우고 다닐 만큼 자동차에 관심이 많은 아이였다.

 

그런데 아이들의 관심은 한곳에 머물러 있지 않았다. 자동차에 깊이 빠져 있던 지훈이는 어느 순간 경찰관의 행동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고, 만 4세가 되어서는 TV에서 본 슈퍼맨의 모습에 푹 빠졌다.

 

지금 생각해 보면 지훈이의 이야기는 단순히 재미있는 어린 시절의 추억으로만 남지 않는다. 아이가 좋아하는 대상을 관찰하고, 따라 하고, 자신이 직접 되어 보는 과정이 어떻게 놀이와 배움으로 이어지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다만 한 가지 중요한 점이 있다. 아이의 역할놀이는 존중해야 하지만, 아이가 상상하는 세계와 실제 세계의 위험을 구분하도록 도와주는 것도 어른의 중요한 역할이다.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경찰관이 되고 싶었던 만 3세 지훈이

우리 유치원은 넓은 사거리 가까이에 있었다. 아침 등원 시간이 되면 사거리 한가운데에는 늘 경찰관이 나와 있었다. 경찰관은 호루라기를 불며 차량의 움직임을 살피고 손짓으로 차량을 정리했다.

유치원 놀이터에서 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지훈이는 아주 좋아했다.

 

멀리서 경찰관의 모습을 지켜보던 지훈이는 어느 순간부터 경찰관의 수신호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팔을 들었다 내리기도 하고, 경찰관처럼 행동하려고 했다. 그러더니 언제부터인가 호루라기를 목에 걸고 다니기 시작했다.

지훈이에게 경찰관은 단순히 길에서 만나는 어른이 아니었다. 자신이 관심을 갖고 관찰하고, 흉내 내고 싶은 대상이 된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이었다.

지훈이는 엄마와 함께 유치원에 등원했다. 현관에서 원장님과 지훈이 어머니가 잠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지훈이가 사라졌다.

교실에도 없었다. 놀이터에도 없었다.

선생님들은 순간 긴장했고 여러 교실을 찾아다니며 지훈이를 찾았다. 나는 순간적으로 '혹시 사거리 쪽으로 간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사거리 쪽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정말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지훈이가 사거리 한가운데 서서 호루라기를 불며 팔을 들었다 내리고 있었다. 경찰관이 하는 행동을 그대로 따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순간 머리카락이 쭈뼛 서는 것 같았다. 다행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고 우리는 서둘러 지훈이를 안전한 곳으로 데려왔다.

지훈이에게 왜 그곳에 갔는지 물었다.

지훈이의 대답은 의외로 순수했다.

 

경찰관 아저씨가 보이지 않아서 경찰관 아저씨가 올 때까지 자신이 도와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어른에게는 위험천만한 행동이었지만, 지훈이의 생각 속에서는 자신이 경찰관처럼 행동하면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 사건을 통해 나는 아이가 좋아하는 대상을 얼마나 깊이 관찰하고 자기 방식으로 받아들이는지를 다시 한번 느꼈다.

동시에 아이의 생각을 존중하는 것과 위험한 행동을 허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도 배웠다.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이번에는 슈퍼맨이 된 지훈이

지훈이가 만 4세가 되었을 무렵에는 관심의 대상이 달라졌다.

 

당시에는 TV에서 슈퍼맨 영화가 방영된 뒤 슈퍼맨 비디오가 아이들 사이에서 한창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지훈이는 이번에는 슈퍼맨에게 완전히 빠졌다.

 

겉옷은 윗단추 하나만 잠가 망토처럼 입었다. 바깥놀이 시간이 되면 두 팔을 벌리고 뛰어다니면서 "나는 슈퍼맨이다!"라고 외쳤다.

아이에게는 놀이였지만 지훈이에게 슈퍼맨은 잠시 흉내 내는 대상 이상의 존재처럼 보였다. 자신이 정말 슈퍼맨이 된 것처럼 행동했다.

당시 유치원에는 지금은 볼 수 없는 '뺑뺑이'라는 놀이기구가 있었다. 철제로 만들어진 둥근 형태의 놀이기구로 여러 명의 아이가 올라타고, 바깥에서 친구들이 힘껏 밀어 회전시키는 놀이기구였다.

 

아이들이 무척 좋아했지만 속도가 빨라지면 위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놀이 전에 지켜야 할 약속을 알려주고 교사가 바로 옆에서 지켜보곤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사고가 일어나고 말았다.

 

뺑뺑이에 올라탄 지훈이가 친구들에게 밀어 달라고 했다. 뺑뺑이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갑자기 지훈이가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슈퍼맨이다!"

그리고 놀이기구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순간 지훈이의 몸이 회전하는 놀이기구의 움직임에 의해 바깥쪽으로 크게 넘어졌다. 코트가 휘날렸고 지훈이는 곤두박질쳤다.

입에서 피가 흘렀다.

원장님과 나는 지훈이를 데리고 급히 병원으로 갔다. 다행히 큰 사고로 이어지지는 않았지만 볼 안쪽이 찢어져 꿰매야 했다.

치료가 끝날 무렵 연락을 받은 지훈이 어머니가 병원에 도착했다.

 

지훈이의 한쪽 볼은 퉁퉁 부어 있었다.

사고 이야기를 들은 의사 선생님이 지훈이에게 물었다.

 

"지훈이는 커서 뭐가 되고 싶니?"

지훈이는 퉁퉁 부은 입으로 대답했다.

"슈훠맹이요."

우리는 모두 웃고 말았다.

 

지훈이 어머니도 웃으며 말씀하셨다.

"우리 아들은 정말 아무도 못 말려요. 이다음에 커서 뭐가 되려나! 진짜 궁금해요."

그때의 장면은 지금도 기억에 남아 있다.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아이의 관심과 역할놀이는 어떻게 성장으로 이어질까

아이는 왜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따라 할까?

지훈이의 이야기를 발달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몇 가지 중요한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유아는 자신이 관심을 갖는 대상을 자세히 관찰한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바라보는 데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옮긴다.

경찰관의 손동작을 따라 하고 호루라기를 목에 걸었던 지훈이의 행동도 그렇다. 슈퍼맨의 옷차림과 행동을 따라 했던 것도 마찬가지다.

 

이러한 모방은 유아에게 중요한 학습 방법 가운데 하나다.

아이들은 어른이나 또래의 행동을 관찰하면서 '저 사람은 무엇을 하고 있지?', '나도 해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직접 따라 해 보면서 자신이 본 세상을 이해해 간다.

 

특히 만 3~4세 무렵에는 상징을 활용한 놀이가 활발해진다. 평범한 겉옷이 망토가 되기도 하고, 의자가 자동차가 되기도 하며, 아이 자신이 경찰관이나 의사, 요리사가 되기도 한다.

 

이때 아이가 "나는 경찰관이야", "나는 슈퍼맨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단순한 장난이 아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세상을 놀이 속에서 다시 경험해 보는 과정이다.

역할놀이는 아이의 생각을 넓혀 준다

역할놀이는 아이가 다른 사람의 역할을 경험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

 

경찰관 놀이를 하는 아이는 경찰관이 무엇을 하는지 생각해 보고, 의사 놀이를 하는 아이는 환자를 어떻게 돌볼지 상상한다. 가게 놀이에서는 물건을 사고파는 상황을 경험하고, 가족놀이에서는 가족 구성원의 행동을 흉내 내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아이는 말과 행동을 사용하고, 친구와 역할을 나누며, 상황에 맞게 자신의 행동을 조절하는 경험을 한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유아기의 이러한 상징적 놀이가 인지와 사회적 발달과 관련된 중요한 경험으로 다루어진다. 피아제는 유아기의 특징으로 상징적 사고와 자기중심적 사고 등을 설명했고, 비고츠키 역시 놀이가 유아의 사고와 자기조절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다만 이러한 이론을 아이의 행동에 그대로 대입하여 '이 행동은 이 발달 단계이기 때문에 나타났다'고 단정할 필요는 없다.

현장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그 행동 뒤에 있는 관심과 생각을 이해하려는 것이다.

 

지훈이의 경우에는 자동차에서 경찰관으로, 다시 슈퍼맨으로 관심이 이동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자신이 흥미를 느낀 대상을 아주 깊이 관찰하고, 그것을 놀이로 표현했다는 점이다.

아이의 몰입을 존중하되 안전의 경계는 분명하게

지훈이의 이야기를 떠올리면 한 가지 중요한 교육적 질문이 생긴다.

 

'아이의 상상력을 어디까지 존중해야 할까?'

아이의 상상력과 몰입은 충분히 존중할 가치가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 실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는 행동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지훈이가 경찰관을 따라 하는 놀이는 충분히 격려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도로로 나가는 것은 절대로 허용해서는 안 된다.

슈퍼맨 놀이도 마찬가지다. 망토를 두르고 날아가는 흉내를 내거나 "나는 슈퍼맨이다!"라고 외치는 것은 즐거운 놀이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거나 움직이는 놀이기구에서 손을 놓는 행동은 위험하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에게 "그건 하지 마"라고 단순히 막는 데서 끝나지 않고, 상상과 현실의 차이를 알려줄 필요가 있다.

"슈퍼맨처럼 날아가는 놀이는 할 수 있어. 하지만 사람은 실제로 날 수 없으니까 높은 곳에서 뛰어내리면 안 돼."

이렇게 아이의 상상은 인정하면서 행동의 안전한 범위를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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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아이의 관심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까?

유아교실에서는 매일 수많은 아이를 만난다.

 

어떤 아이는 자동차에 빠져 있고, 어떤 아이는 공룡에 빠져 있다. 또 어떤 아이는 곤충이나 꽃, 그림, 숫자, 공주, 로봇 등에 오랫동안 관심을 보인다.

어른의 눈에는 '또 저것만 가지고 노네'라고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반복되는 놀이는 단순한 반복이 아닐 수 있다.

 

그 안에서 아이는 계속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아이가 자동차의 종류를 구별하기 시작하고, 경찰관에 관심을 가진 아이가 교통신호와 자동차의 움직임을 살펴볼 수도 있다. 공룡에 관심을 가진 아이가 어느 날에는 공룡의 크기와 먹이를 비교하기 시작할 수도 있다.

 

아이의 관심은 배움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따라서 교사는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할 필요가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니까 자동차 장난감을 더 줘야지."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는 자동차의 무엇에 관심이 있을까?"

"모양일까, 소리일까, 움직임일까?"

"이 관심을 다른 놀이와 어떻게 연결할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해 볼 수 있다.

30년이 지난 지금, 지훈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지훈이와의 만남은 이제 30년도 훨씬 지난 이야기가 되었다.

가끔 그때의 아이를 떠올린다.

 

자동차 이름을 줄줄 외우던 아이.

경찰관을 따라 하다가 실제 사거리까지 달려갔던 아이.

뺑뺑이에서 손을 놓으며 "나는 슈퍼맨이다!"라고 외쳤던 아이.

병원에서 볼이 퉁퉁 부은 채로도 "슈훠맹이요"라고 대답했던 아이.

지금 지훈이는 어디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정말 경찰관이 되었을까?

아니면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까?

 

어떤 일을 하든 어린 시절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온 마음을 다해 몰입했던 경험은 어딘가에 남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의 관심은 때로는 며칠 만에 바뀌기도 하고, 몇 달 또는 몇 년 동안 이어지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관심을 성급하게 미래의 직업이나 능력과 연결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지금 아이가 무엇을 궁금해하고, 무엇을 관찰하며, 무엇을 반복해서 해보고 있는지를 바라보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가 안전한 환경에서 마음껏 탐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유아기의 놀이는 '그냥 노는 것'으로 보일 때가 많다.

하지만 아이에게 놀이는 세상을 알아가는 방법이다.

경찰관이 되어 보기도 하고, 슈퍼맨이 되어 보기도 하면서 아이는 자신이 본 세상을 다시 경험한다. 그 과정에서 생각하고, 말하고, 움직이고, 상상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

 

그러므로 교사와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아이의 놀이를 대신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관심을 가지고 몰입할 때 그 모습을 세심하게 바라봐 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만 아이가 꿈꾸는 세계를 존중하면서도 현실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것.

상상은 자유롭게, 행동은 안전하게.

 

이 두 가지가 함께할 때 유아의 역할놀이는 더욱 풍성한 배움의 경험이 될 수 있다.

30년 전의 지훈이를 떠올리며 나는 지금도 궁금하다.

 

그때의 작은 자동차 박사는 어떤 어른이 되었을까?

그리고 지금도 무언가를 좋아하면 온 마음을 다해 빠져드는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까?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다면 꼭 물어보고 싶다.

 

"지훈아, 너 정말 슈퍼맨이 되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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