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무심코 아이의 성격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낯을 많이 가려요.”, “원래 소심한 아이예요.”, “우리 아이는 새로운 곳에서는 아무것도 못 해요.”와 같은 말입니다.
부모에게는 아이를 이해해 달라는 설명일 뿐입니다. 하지만 이런 말이 반복되면 아이가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특히 아이가 바로 옆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면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은 한 아이의 이야기를 통해 부모가 무심코 사용하는 말이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그리고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방법을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우리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요”라고 말하던 엄마
도영이는 만 2세가 되면서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 현관에 들어서면 엄마 뒤로 숨는 일이 많았습니다.
선생님이 반갑게 인사를 건네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거나 엄마 뒤에 몸을 숨겼습니다. 낯선 사람을 만나도 비슷했습니다.
도영이 엄마는 그럴 때마다 자연스럽게 같은 말을 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수줍음을 많이 타서요. 친해지면 잘 놀아요.”
어린이집뿐만이 아니었습니다. 놀이터에서 또래 아이를 만났을 때도,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났을 때도 비슷한 설명을 했습니다.
엄마에게는 아이를 이해해 달라는 마음에서 나온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마음이 불편했습니다. 자신도 모르게 아이에게 계속해서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는 설명을 붙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어떻게 말해야 할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아이는 자신에 대한 어른들의 말을 듣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스스로 정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어른들이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야기하는지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입니다.
부모가 반복해서 “너는 원래 수줍어”라고 말하면 아이는 자신의 행동을 그렇게 이해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을 때도 “나는 원래 이런 아이니까”라고 생각할 수 있고, 새로운 일을 앞두고 주저할 때도 자신의 성격 때문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물론 한두 번의 말 때문에 아이의 성격이 결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조용하거나 낯선 환경을 어려워하는 것이 나쁜 것도 아닙니다.
아이마다 사람을 대하는 속도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방식은 다릅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그것을 평생 변하지 않는 특징처럼 말하지 않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요”보다는 “새로운 곳에서는 조금 천천히 적응하는 편이에요”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두 표현은 비슷해 보이지만 느낌은 다릅니다. 하나는 아이의 성격을 정해 놓는 말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아이가 보이는 모습을 설명하는 말입니다.
도영이에게 찾아온 작은 변화
어느 날 어린이집에서 부모가 직접 참여하는 동화 읽기 활동이 있었습니다. 도영이 엄마도 아이에게 동화를 읽어주기 위해 어린이집을 찾았습니다.
현관에서 원장님이 도영이에게 반갑게 인사를 건넸습니다.
도영이는 평소처럼 엄마 뒤에 살짝 숨었습니다.
도영이 엄마는 무심코 예전처럼 말하려 했습니다.
“원장님, 도영이가 수줍음이 많아서요.”
그런데 원장님은 아이의 성격을 설명해 달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도영이에게 밝게 이야기했습니다.
“도영아, 오늘 엄마가 재미있는 동화 읽어주실 거래. 우리 교실에 가볼까?”
도영이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원장님의 손을 잡고 교실로 들어갔습니다.
동화 읽기가 끝난 뒤 원장님은 도영이 엄마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건넸습니다.
“도영이가 듣는 자리에서는 ‘수줍음이 많다’는 이야기를 조금 줄여보면 어떨까요?”
도영이 엄마는 처음에는 의아했습니다.
아이를 이해해 달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무엇이 문제일까 싶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듣고 나니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나는 수줍은 아이’라는 설명보다 ‘나는 천천히 해도 괜찮고, 내가 해볼 수 있다’는 경험일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말을 이렇게 바꿔보세요
아이의 성격을 설명하는 말을 완전히 없애기는 어렵습니다. 가족이나 선생님에게 상황을 설명해야 할 때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럴 때는 아이를 한정하는 표현보다 현재의 행동을 설명하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이 바꿔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요.”
→ “새로운 사람을 만나면 조금 천천히 다가가는 편이에요.”
“우리 아이는 친구를 잘 못 사귀어요.”
→ “처음에는 혼자 관찰하다가 익숙해지면 같이 놀아요.”
“우리 아이는 발표를 못 해요.”
→ “사람들 앞에 서는 것은 아직 조금 긴장하는 것 같아요.”
이렇게 말하면 아이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면서도 앞으로 달라질 가능성을 열어둘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 앞에서 아이의 단점을 반복해서 설명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어른들의 말보다 직접 경험하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결과보다 아이의 행동을 봐주세요
부모가 아이를 격려할 때도 성격보다는 행동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평소보다 먼저 친구에게 다가갔다면,
“오늘은 수줍음이 덜하네.”
라고 말하기보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갔구나.”
라고 이야기해 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사람들 앞에서 작은 목소리로 발표했다면,
“우리 아이가 오늘은 안 부끄러웠나 보네.”
보다는,
“긴장했을 텐데 끝까지 이야기했구나.”
라고 말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말은 아이가 자신의 성격보다 자신이 실제로 한 행동과 노력에 관심을 갖도록 도와줍니다.
꼭 성공했을 때만 칭찬할 필요도 없습니다.
처음에는 실패하거나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도 “괜찮아. 해보려고 했구나.”라고 이야기해 줄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잘하는 경험만이 아닙니다. 어렵더라도 한 번 시도해 보고, 다시 해볼 수 있다는 경험도 중요합니다.
아이의 속도를 존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부모가 아이를 억지로 변화시키려고 해서는 안 됩니다.
“가서 인사해.”
“친구한테 먼저 말 걸어.”
“왜 이렇게 소심해?”
라고 계속 재촉하면 아이에게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조용한 아이에게 활발하게 행동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변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도영이 역시 발표회 무대에 섰다고 해서 갑자기 외향적인 아이가 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여전히 조용했고, 다른 아이들보다 천천히 행동했습니다. 다만 자신의 속도로 무언가를 해볼 수 있다는 경험을 하게 된 것입니다.
따라서 부모가 목표로 삼아야 할 것은 아이를 다른 성격의 사람으로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기질과 속도는 존중하면서,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조금씩 넓혀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부모의 믿음입니다
도영이 엄마가 가장 크게 바꾼 것은 아이에게 하는 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도영이가 사람을 피하면 ‘우리 아이는 수줍음이 많아서 그렇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는 ‘도영이가 지금 어떤 상황에서 어려움을 느끼는 걸까?’, ‘조금 기다려주면 스스로 해볼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큽니다.
아이를 성격으로 바라보면 행동 하나하나를 그 성격에 맞춰 해석하기 쉽습니다.
반대로 아이의 가능성을 열어두면 행동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게 됩니다.
오늘은 낯선 사람에게 인사를 하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고개를 숙여 인사할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했지만, 옆에서 한참 지켜본 뒤 함께 놀 수도 있습니다.
오늘 발표를 어려워했지만, 다음에는 짧은 문장 하나를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이의 변화는 항상 크고 눈에 띄게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서 어느 순간 부모가 “우리 아이가 이런 것도 할 수 있었구나” 하고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부모가 오늘부터 실천할 수 있는 세 가지
첫째, 아이 앞에서 성격을 단정하는 말을 줄여보세요.
“원래 그래”, “겁이 많아”, “소심해”, “수줍음이 많아” 같은 표현을 무조건 나쁜 말이라고 볼 필요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 앞에서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있다면 조금 줄여볼 필요가 있습니다.
둘째, 성격보다 행동을 이야기해 주세요.
“착한 아이야”, “소심한 아이야”처럼 아이 전체를 평가하기보다 “친구에게 양보했구나”, “끝까지 해봤구나”, “먼저 인사했구나”처럼 구체적인 행동을 이야기해 주세요.
셋째, 아이의 속도를 믿어주세요.
다른 아이보다 늦다고 해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아이에게는 각자의 속도가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른 아이와 비교해서 빨리 바꾸는 것이 아니라, 어제보다 오늘 조금씩 새로운 경험을 해보도록 돕는 것입니다.
마치며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가 아이를 걱정하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이의 행동을 설명하고 싶어집니다.
“원래 내성적이에요.”
“낯을 많이 가려요.”
“겁이 많아요.”
이런 말도 대부분 아이를 이해시키려는 마음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아이가 듣고 있는 자리라면 한 번쯤 멈춰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나는 지금 우리 아이를 설명하고 있는 걸까, 아니면 아이의 모습을 정해주고 있는 걸까?’
아이의 현재 모습을 인정하는 것과 아이의 미래를 미리 결정하는 것은 다릅니다.
조용한 아이도 사람들 앞에 설 수 있고, 낯을 가리는 아이도 친구를 사귈 수 있습니다. 새로운 일을 어려워하는 아이도 자신의 속도로 도전할 수 있습니다.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가장 좋은 도움은 아이를 억지로 바꾸는 것이 아니라, “너는 지금도 괜찮고, 조금씩 해볼 수 있어”라는 믿음을 보여주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오늘부터 아이를 설명할 때 성격을 먼저 말하기보다, 아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바라봐 주세요.
아이의 미래를 미리 정해주는 말보다, 아이가 스스로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말이 훨씬 큰 힘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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