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by 마음안내 2026. 5. 31.

아이를 키우다 보면 부모를 당황하게 만드는 말을 들을 때가 있습니다.

 

분명히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하는데 아이는 자신 있게 말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다른 친구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부모의 마음이 더욱 복잡해집니다. 아이를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이 먼저 들고, 혹시라도 우리 아이가 피해를 입은 것은 아닌지 걱정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의 말이 부모가 확인한 사실과 다를 때는 조금 다른 접근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일부러 거짓말을 한 것인지, 들은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처럼 받아들인 것인지, 기억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달라진 것인지 차분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실제 한 가정에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아이의 말을 부모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한 경험입니다.

“엄마, 오늘 재호가 내 치마를 들쳤어.”

퇴근길, 지선이는 엄마에게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신나게 이야기했습니다.

미술 시간에 점토로 동물을 만들었던 이야기부터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이야기까지 평소처럼 조잘조잘 이야기하던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가 한마디를 덧붙였습니다.

“엄마… 근데 있잖아. 오늘 재호가 내 치마를 들쳤어.”

엄마의 표정이 굳어졌습니다.

 

만 5세 아이가 다른 친구의 치마를 들추었다는 이야기는 가볍게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정확하게 어떤 일을 겪었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선이 엄마는 곧바로 어린이집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원장님은 이야기를 듣고 상황을 확인해 보겠다고 했습니다.

부모라면 충분히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아이가 불편하거나 위험한 일을 겪었다고 이야기한다면 우선 아이의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몇 시간 뒤, 원장님의 연락은 예상과 달랐습니다.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CCTV에서는 다른 모습이 보였습니다

원장님은 확인한 내용을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지선이가 말한 것과 같은 상황은 확인되지 않았고, CCTV에서도 그런 장면을 찾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그날 어린이집 안전교육 시간에 친구의 치마를 들추는 행동을 하면 안 된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원장님은 혹시 지선이가 안전교육에서 들었던 내용을 떠올리면서 실제 있었던 일처럼 이야기한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지선이 엄마는 그 설명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했습니다.

“우리 아이가 없는 일을 만들어서 이야기했다는 건가요?”

아이를 믿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혹시라도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부모가 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걱정도 있었습니다.

남편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습니다.

 

부부는 원장님의 설명보다는 딸의 말을 먼저 믿고 싶었습니다.

결국 다음 날 두 사람은 함께 어린이집을 찾아갔습니다.

부모의 마음과 교사의 설명이 부딪힌 순간

부부는 CCTV를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요청했습니다.

 

“지선이는 이 어린이집에 3년이나 다녔어요. 그동안 특별한 문제가 없었던 아이예요. 그런데 왜 우리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 것처럼 말씀하시는 건가요?”

부모 입장에서는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반응이었습니다.

 

원장님은 서둘러 부모의 말을 반박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아이의 발달 특성을 설명하면서 당시 상황을 차근차근 이야기했습니다.

 

만 5세 전후의 아이들은 아직 기억하고 표현하는 능력이 발달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자신이 직접 경험한 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하는 이야기, 그림이나 영상, 교육에서 들은 내용, 자신이 떠올린 생각 등이 서로 연결되어 이야기로 표현되기도 합니다.

 

특히 어떤 장면을 인상 깊게 받아들였다면 실제 경험과 비슷한 형태로 이야기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말을 곧바로 ‘거짓말’이라고 판단할 필요는 없습니다.

 

반대로 아이의 말이 언제나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사실관계를 차분하게 확인하는 것입니다.

 

원장님은 바로 그 점을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믿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에요. 아이가 왜 그렇게 이야기했는지 함께 살펴보자는 거예요.”

 

하지만 당시의 지선이 엄마에게는 그 말이 쉽게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기 때문입니다.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이해하게 된 말

시간이 흘러 지선이는 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리고 입학한 지 한 달 정도 되었을 무렵, 지선이 엄마는 우연히 아이의 발달과 기억에 관한 강연을 보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경험을 기억하고 이야기하는 능력을 계속 발달시켜 갑니다. 어린 시기에는 어른처럼 사건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시간 순서대로 설명하는 것이 쉽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지선이 엄마는 오래전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때 원장님이 했던 말이 이런 뜻이었구나.’

그제야 당시 상황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안전교육에서 들었던 내용이 지선이에게 강하게 남았을 수도 있고, 그 내용을 자신의 경험과 연결해서 이야기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에 와서 그날 지선이의 머릿속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습니다.

 

아이의 말과 부모가 확인한 사실이 다르다고 해서 곧바로 아이를 거짓말쟁이로 판단할 필요도 없고, 반대로 아이의 말을 사실이라고 단정한 채 다른 사람을 비난해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그 사이에서 사실을 확인하고 아이의 마음을 살펴보는 과정이 필요했던 것입니다.

아이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할 때 부모가 먼저 할 일

이 경험을 통해 지선이 엄마가 배운 것은 단순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들었을 때 처음부터 결론을 내리지 않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가 나를 때렸어.”

“선생님이 나한테 화냈어.”

“친구가 내 물건을 가져갔어.”

라고 말했다면 부모는 놀라거나 화가 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바로 상대방을 비난하거나 아이에게 반복해서 사실을 캐묻기보다는 먼저 아이의 말을 충분히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그랬구나. 속상했겠다.”

라고 아이의 감정을 받아준 다음,

“그때 어디에 있었어?”

“누가 같이 있었어?”

“그다음에는 어떻게 됐어?”

 

처럼 아이가 기억하는 상황을 자연스럽게 이야기하도록 도와볼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원하는 답을 유도하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재호가 치마를 들친 거 맞지?”

처럼 이미 결론을 정해 놓고 묻기보다는 아이가 자신의 기억을 이야기할 수 있도록 기다리는 편이 낫습니다.

그리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있었던 일이라면 교사와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아이의 말을 믿는 것과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것은 서로 반대되는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함께 필요합니다.

부모의 첫 반응이 중요한 이유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순간적으로 감정이 커질 수 있습니다.

특히 다른 아이가 관련된 일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크게 화를 내거나 상대방을 바로 비난하면 아이는 자신의 이야기에 부모가 강하게 반응한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고 아이에게 “그런 일 없었잖아. 네가 잘못 말한 거야.”라고 단정해서도 안 됩니다.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이 느끼거나 기억한 것을 이야기했는데 부모가 믿어주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중요한 태도는 그 중간에 있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네 이야기를 잘 들었어. 엄마가 네 말을 소중하게 생각해. 그리고 정확히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함께 알아보자.”

이런 태도라면 아이의 말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성급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을 피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아이가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때, 거짓말일까요?

결국 어린이집을 다시 찾아간 엄마

지선이 엄마는 한참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지선이와 함께 어린이집을 다시 찾아갔습니다.

 

지선이가 물었습니다.

“엄마, 왜 여기 왔어?”

엄마가 대답했습니다.

“엄마가 원장님이랑 선생님께 고마운 인사를 드리고 싶어서.”

 

원장님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지선이 엄마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원장님, 제가 정말 죄송했어요. 그때는 아이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만 했어요. 그래서 원장님과 선생님의 설명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어요.”

 

원장님은 잠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해요. 사실 그때 저희도 마음이 많이 힘들었어요.”

 

엄마는 다시 말을 이어갔습니다.

“그래도 차분하게 설명해 주시고 지선이를 믿고 지켜봐 주셔서 감사해요.”

 

그 순간 지선이 엄마는 부모가 된다는 것이 아이의 말을 무조건 믿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을 조금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귀하게 듣되, 그 말의 의미를 함께 살펴보고 필요한 경우 다른 어른들과 협력하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이의 말을 믿는 것과 사실을 확인하는 것은 함께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이야기가 부모가 알고 있는 사실과 다를 때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거짓말인가?’라는 판단을 내리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대신 이렇게 생각해 보는 것입니다.

 

‘우리 아이는 왜 이렇게 이야기했을까?’

‘무엇을 보고 들었을까?’

‘아이에게 실제로 불편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기억하는 과정에서 다른 내용이 섞인 것은 아닐까?’

 

그리고 필요한 경우 교사와 함께 상황을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다만 아이의 이야기가 반복되거나 특정 사람을 계속 두려워하거나, 실제 신체적·정서적 피해를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면 단순히 발달 과정이라고 넘겨서는 안 됩니다. 아이의 안전과 관련된 문제라면 부모와 교사가 더욱 신중하게 확인해야 합니다.

 

이번 이야기가 특별했던 이유는 ‘아이의 말이 맞았느냐, 틀렸느냐’만의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별개로, 사랑하기 때문에 오히려 한쪽으로만 판단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경험이었습니다.

 

지선이 엄마도 처음에는 아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 때문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때 원장님이 왜 그렇게 설명했는지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가 하는 모든 말을 무조건 사실이라고 받아들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말을 소중하게 듣고, 아이의 눈높이에서 이해하려 노력하면서도 필요한 사실은 차분하게 확인하는 것.

그것이 아이를 보호하면서 부모와 교사가 함께 성장해 가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자라는 중입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기억도, 표현도, 생각하는 방법도 계속 달라집니다.

 

그러니 아이가 사실과 다른 이야기를 했을 때 바로 ‘거짓말’이라는 이름을 붙이기보다, 그 말 뒤에 무엇이 있었는지 한 번 더 살펴보는 부모가 되어보면 어떨까요?

 

어쩌면 그 짧은 멈춤이 아이를 더 깊이 이해하는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2026.05.26 - [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 만 5세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에 가기 싫어할 때, 우리 가족이 해본 방법

 

만 5세 아이가 갑자기 유치원에 가기 싫어할 때, 우리 가족이 해본 방법

잘 다니던 유치원을 갑자기 거부하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당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유치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친구와 문제가 생긴 것은 아닐까?”“왜 갑자기 엄마와 떨어지기

bom1212.com

2026.05.18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 문제행동으로 보였던 아이, 그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문제행동으로 보였던 아이, 그 행동 뒤에는 어떤 마음이 있었을까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친구를 밀치고, 장난감을 던지고, 줄을 서야 할 때 혼자 뛰어나가기도 합니다. 교사가 여러 번 이야기

bom1212.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