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이 생긴 후 첫째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둘째 아이가 태어난 뒤 첫째가 갑자기 엄마에게 매달리거나, 동생을 미워하는 말을 하거나,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평소에는 혼자서도 잘하던 아이가 다시 아기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변화를 보며 “동생을 질투하는 걸까?”, “이제 큰아이인데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35년 동안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과 부모를 만나면서 제가 중요하게 배운 것은, 이런 행동을 단순히 ‘질투’나 ‘문제 행동’으로만 바라보지 않는 것입니다.
아이에게는 동생이 태어난 것이 가족의 행복한 변화인 동시에, 자신이 누리던 부모와의 시간이 달라지는 큰 변화이기 때문입니다.
1. 동생이 생긴 후 첫째가 서운해하는 이유
첫째에게 동생의 탄생은 어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큰 사건입니다.
동생이 태어나기 전에는 엄마와 아빠의 관심을 비교적 자연스럽게 독차지했습니다. 그런데 동생이 태어난 뒤에는 수유를 하거나 기저귀를 갈아주는 시간, 잠을 재우는 시간처럼 부모의 많은 관심이 어린 동생에게 집중됩니다.
부모에게는 꼭 필요한 돌봄이지만 첫째의 입장에서는 다르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엄마가 동생을 더 좋아하나?”
“나는 이제 큰아이니까 혼자 해야 하나?”
“엄마에게 나도 여전히 중요한 아이일까?”
이런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첫째의 행동이 달라졌다면 먼저 행동을 고치려고 하기보다 아이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2. “엄마, 내 생일은?”이라는 아이의 마음
한 가정에서 첫째 아이가 동생의 돌잔치를 경험한 뒤 자신의 생일을 앞두고 서운한 마음을 표현한 일이 있었습니다.
동생은 돌이라는 특별한 행사를 했는데 자신의 생일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낀 것입니다. 부모에게는 충분히 사랑을 받고 있었지만 아이가 느끼기에는 ‘동생은 특별하게 축하받는데 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비교가 생겼습니다.
이럴 때 반드시 더 큰 선물을 준비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첫째만을 위한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생일을 앞두고 아이와 함께 생일날 무엇을 하고 싶은지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생일날 엄마와 무엇을 하고 싶어?”
“엄마와 둘이 가고 싶은 곳이 있어?”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이렇게 아이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해보세요.
특별한 외출이 아니어도 괜찮습니다. 함께 책을 읽거나 산책을 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방해하지 않고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시간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반드시 큰 선물이 아니라 ‘엄마가 나에게도 시간을 내주고 있구나’라는 경험일 수 있습니다.
3. 첫째에게만 더 엄격해지는 부모의 마음
둘째가 아직 어릴 때 부모는 자연스럽게 아이의 발달 수준에 따라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아기가 물을 쏟으면 “괜찮아, 아직 어려서 그래”라고 말하면서도, 첫째가 같은 실수를 하면 “이제 너도 컸는데 왜 조심하지 않았어?”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부모에게는 발달 수준을 고려한 반응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첫째는 그 차이를 이렇게 받아들일 수도 있습니다.
“엄마는 동생에게는 친절한데 나한테는 화를 내.”
이때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 비난하기보다 부모의 기준을 설명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물감을 엎질렀다면
“너는 형이니까 이것도 못 해?”
보다는
“물감이 쏟아졌네.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우리 같이 닦아보자.”
라고 말하는 편이 좋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왜 동생과 자신에게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지 궁금해한다면 간단하게 설명해주세요.
“동생은 아직 어려서 혼자 할 수 없는 일이 많아. 너도 어렸을 때 엄마가 많이 도와줬단다. 지금은 네가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엄마가 너를 덜 사랑하는 것은 아니야.”
이 설명은 첫째에게 부모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를 줍니다.

4. 갑자기 엄마에게 매달리는 아이, 먼저 마음을 살펴보세요
어떤 아이는 동생이 태어난 후 갑자기 어린이집에 가지 않겠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제가 현장에서 만난 한 아이도 동생이 자라면서 엄마와 떨어지는 것을 유난히 힘들어하기 시작했습니다.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하고 엄마의 옷자락을 붙잡았습니다. 엄마가 잠시 화장실에 가는 것조차 불안해했습니다.
그전까지 어린이집 생활을 잘하던 아이였기 때문에 부모도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럴 때 “왜 갑자기 이러지?”라고 생각하기보다 아이의 생활에서 달라진 점을 찾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면서 엄마의 관심과 생활 방식이 달라졌다면 아이에게는 그 변화가 불안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특히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 유아도 부모와의 안정적인 관계를 필요로 합니다.
따라서 아이가 갑자기 엄마에게 지나치게 매달린다면 무조건 독립시키려고 하기보다 아이에게 다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5. 하루 10분이라도 ‘첫째만의 시간’을 만들어보세요
첫째와 보내는 시간은 길이보다 질이 더 중요할 수 있습니다.
하루 종일 같은 공간에 있으면서도 부모가 동생을 돌보느라 계속 바쁘다면 아이는 외로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하루에 10분이라도 부모가 휴대전화를 내려놓고 첫째만 바라보며 이야기를 들어준다면 아이는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 어린이집에서 재미있었던 일은 뭐였어?”
“요즘 가장 하고 싶은 것은 뭐야?”
“엄마와 둘이 한다면 무엇을 하고 싶어?”
처럼 아이의 생각을 물어보세요.
그리고 아이가 말할 때 바로 해결책을 제시하기보다 먼저 들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항상 정답이 아니라 자신의 마음을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6. 동생과 함께하는 즐거운 경험도 필요합니다
첫째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중요하지만, 동생과 함께하는 긍정적인 경험도 필요합니다.
동생을 돌보는 일을 첫째에게 책임처럼 맡기기보다는 놀이처럼 접근해보세요.
“동생이랑 같이 그림 그려볼까?”
“동생에게 이 책을 읽어줄래?”
“둘이 어떤 색을 좋아하는지 찾아볼까?”
처럼 부담 없는 활동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다만 첫째에게 “네가 형이니까 동생을 잘 돌봐야 해”라는 책임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도 아직 부모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입니다.
동생을 사랑해야 한다고 강요하기보다 동생과 함께 즐거운 경험을 하나씩 쌓아가는 것이 형제 관계를 편안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7. 첫째에게 가장 필요한 말은 ‘엄마의 마음은 변하지 않았다’는 확인입니다
동생이 태어난 뒤 첫째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어쩌면 이것일지도 모릅니다.
“엄마는 아직도 나를 사랑해?”
부모에게는 너무 당연한 질문이지만 아이에게는 직접 확인하고 싶은 중요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먼저 말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동생이 태어나서 엄마가 동생을 돌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그렇다고 네가 덜 소중해진 것은 아니야.”
“엄마는 너를 사랑하는 마음이 변하지 않았어.”
“엄마에게 너도 정말 소중한 아이야.”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들려주세요.
아이에게 사랑을 설명하는 것과 사랑을 느끼게 하는 것은 모두 필요합니다. 말뿐 아니라 눈을 맞추고, 안아주고, 이야기를 들어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는 작은 행동들이 그 말을 뒷받침해줍니다.
첫째의 행동을 ‘질투’보다 ‘신호’로 바라보기
동생이 생긴 후 첫째에게 어린이집 거부, 지나친 짜증, 엄마에게 매달리기, 아기처럼 행동하기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면 부모는 먼저 아이의 마음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물론 모든 행동 변화가 동생 때문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아이의 기질이나 생활환경, 또래관계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동생이 태어난 직후부터 변화가 시작되었다면 아이에게는 가족의 변화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이때 부모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첫째를 ‘큰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서둘러 독립시키는 것이 아니라, 여전히 부모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것입니다.
하루 10분의 온전한 대화, 아이가 선택하는 작은 활동 하나, 따뜻한 포옹 한 번,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어주는 시간 하나가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가정에서 사랑은 똑같은 양을 나누어주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아이마다 필요한 관심의 방식이 다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생에게 많은 돌봄이 필요한 시기에도 첫째가 “나는 여전히 엄마에게 소중한 아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완벽하게 해내는 부모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한 번 더 생각해보고, 다시 연결하려는 노력입니다.
그 작은 연결이 쌓이면 첫째는 동생의 탄생을 ‘엄마를 빼앗긴 사건’으로만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가족 관계를 배워가는 경험으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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