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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와 생활 속 아이의 성장

아이가 정리를 싫어할 때, 무조건 치우라고 해야 할까요?

by 마음안내 2026. 10. 7.

아이들은 놀이할 때 참 즐거워합니다. 블록을 쌓고 자동차를 움직이고, 인형을 가지고 역할놀이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갑니다.

 

그런데 어른이 “이제 정리하자”라고 말하는 순간 아이의 표정이 달라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싫어요.”

“조금만 더 놀고 싶어요.”

“엄마가 해주세요.”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정리시간을 지켜보면 아이들의 모습이 참 다양합니다. 놀이가 끝나면 자연스럽게 놀잇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정리할 시간이 되었다는 말을 들어도 계속 놀이에만 집중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정리를 하지 않으려는 아이에게는 무조건 “치워야지”라고 말해야 할까요?

 

오랫동안 아이들을 지켜보면서 느낀 것은 정리는 어느 날 갑자기 가르치는 생활습관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아주 어릴 때부터 일상생활 속에서 조금씩 경험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가는 습관에 가깝습니다.

정리하는 습관 기르기
정리하는 습관 기르기

“선생님이 나한테 자꾸 일을 시켜요”

어느 날 만 3세 반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정리시간이 되어 한 아이에게 말했습니다.

 

“민수야. 민수가 놀던 것은 정리해야지. 바구니에 담아보자.”

그런데 며칠 후 학부모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생님, 민수가 집에 와서 선생님이 자꾸 자기한테 일을 시킨다고 하는데 무슨 말일까요?”

순간 조금 의아했습니다. 교실에서는 다른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이 가지고 놀던 놀잇감을 정리하도록 안내했을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가정에서는 할머니께서 아이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대부분 정리해 주고 계셨습니다. 아이는 놀다가 정리할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그 자리를 빠져나갔고, 할머니가 뒷정리를 해주시는 생활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어린이집에서 “민수가 놀았으니 민수가 정리해 보자”라고 하니 아이에게는 그것이 새로운 일이었던 것입니다.

어른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생활습관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정리를 해본 경험이 부족한 아이에게 정리는 ‘내가 해야 하는 생활의 일부’가 아니라 정말로 선생님이 시키는 일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사례를 통해 다시 한번 느낀 것은 정리습관도 생활 속에서 미리 경험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정리는 아주 어린 시기부터 시작할 수 있습니다

정리를 가르친다고 해서 아이가 어느 정도 자란 뒤 장난감을 많이 가지고 놀게 한 다음 “이제부터 네가 치워”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장아장 걷기 시작한 아이에게도 아주 작은 정리 경험을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준 뒤 책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게 할 수 있습니다.

“책 다 읽었네. 우리 책 집에 갖다 놓자.”

그리고 아이가 책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면 박수를 쳐주거나 환하게 웃어줄 수 있습니다.

 

“와, 책이 집에 돌아갔네.”

이런 경험이 반복되면 아이는 정리를 혼나는 일이나 귀찮은 일로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내가 사용한 것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라는 것을 생활 속에서 익히게 됩니다.

 

무엇보다 아이가 정리했을 때 어른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정리를 했다는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스스로 해낸 행동을 함께 기뻐해 주는 것입니다.

정리도 재미있는 일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칠 때 가장 좋은 방법 중 하나는 정리 자체를 즐거운 경험으로 만드는 것입니다.

 

“누가 빨리 블록을 집으로 보내줄까?”

“자동차들이 주차장으로 돌아갈 시간이래.”

“이번에는 빨간 블록부터 찾아볼까?”

이렇게 놀이하듯 정리할 수도 있습니다.

 

물론 매번 부모가 재미있는 방법을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는 자신의 물건을 스스로 정리해야 한다는 것도 배워야 합니다.

 

다만 처음부터 정리를 힘든 일이나 벌처럼 느끼게 하기보다는 놀이의 마지막 과정으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도와주는 것이 좋습니다.

놀이가 끝나기 전에 미리 알려주세요

아이들이 정리를 싫어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재미있게 놀고 있는데 갑자기 놀이가 끝나기 때문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놀이를 중단하고 다음 활동으로 이동해야 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등원이나 귀가를 준비해야 할 때, 식사시간이 되었을 때, 바깥놀이를 나가야 할 때처럼 정리해야 하는 상황은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때 갑자기

“자, 이제 정리해!”

라고 말하기보다는 미리 알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있다가 점심 먹을 거야. 놀던 것 정리할 시간이야.”

 

그리고 5분 정도 전에 한 번 더 알려줍니다.

“5분 뒤에 정리할 거야. 이제 놀이를 마무리해 보자.”

이렇게 하면 아이가 자신이 하고 있던 놀이를 마무리할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특히 블록을 쌓거나 역할놀이처럼 놀이의 흐름이 긴 활동을 하고 있을 때는 갑작스럽게 중단시키는 것보다 미리 알려주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됩니다.

정리는 놀이와 반대되는 행동이 아니라 놀이를 끝내는 마지막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좋습니다.

정리시간 미리 알려주기

 

정리습관을 기르기 위해서는 아이에게 “정리해”라고 말하는 것만큼이나 정리하기 쉬운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집에서도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놀잇감의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블록은 블록 바구니, 자동차는 자동차 바구니, 역할놀이 소품은 역할놀이 공간처럼 종류별로 구분해 놓으면 아이가 어디에 무엇을 넣어야 하는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글자를 읽지 못하기 때문에 바구니에 놀잇감의 사진이나 그림을 붙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리할 장소가 명확하면 아이에게 “제자리에 갖다 놓자”라고 말하기도 쉬워집니다.

큰 바구니 하나에 모두 넣는 것이 편할까요?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 있습니다.

큰 바구니 두세 개를 준비해 놓고 블록, 자동차, 인형, 소품 등을 모두 한꺼번에 넣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주 편해 보입니다.

 

“놀고 나면 그냥 여기에 다 넣으면 되니까 간단하겠지.”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오히려 정리가 더 힘들어질 수 있습니다.

 

다음에 자동차를 가지고 놀고 싶으면 바구니 안에 섞여 있는 여러 장난감을 모두 꺼내야 합니다. 블록을 찾으려고 해도 다른 장난감들을 하나씩 꺼내야 합니다.

 

그러다 보면 놀이를 시작할 때부터 많은 양의 장난감이 바닥에 펼쳐지고, 놀이가 끝나면 다시 그 많은 양을 정리해야 합니다.

정리해야 할 양이 계속 많아지면 아이에게 정리는 점점 부담스러운 일이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처음부터 놀잇감의 종류를 구분하고 각각의 자리를 정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리하기 쉬운 환경은 아이가 정리를 잘하도록 도와주는 중요한 조건입니다.

정리하기 쉬운 환경 만들기
정리하기 쉬운 환경 만들기

모든 장난감을 꺼내놓을 필요도 없습니다

아이에게 많은 장난감을 제공하는 것이 반드시 좋은 놀이환경은 아닙니다.

눈앞에 너무 많은 놀잇감이 있으면 아이는 이것저것 꺼내다가 여러 가지 놀이가 한꺼번에 섞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필요한 놀잇감이 적당히 준비되어 있으면 한 가지 놀이에 집중하기도 쉽고, 놀이가 끝난 뒤 정리해야 할 양도 줄어듭니다.

따라서 장난감이 많다면 한꺼번에 모두 꺼내놓기보다 종류를 나누어 보관하고 필요한 것만 꺼내 사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정리를 잘하지 못하는 아이에게 “왜 이렇게 정리를 못하니?”라고 말하기 전에 아이가 정리하기 어려운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닌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정리해도 괜찮습니다

어린아이에게 처음부터 혼자 모든 것을 정리하라고 할 필요는 없습니다.

 

“엄마는 이쪽을 정리할게. 너는 자동차를 넣어줘.”

“선생님이 블록을 모을 테니까 너는 바구니에 넣어볼까?”

이렇게 역할을 나누어 함께 시작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른이 대신 모두 정리해주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직접 정리하는 경험을 조금씩 늘려가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한두 개를 가져다 놓는 것으로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다가 점차 자신이 사용한 놀잇감을 스스로 정리하는 범위를 넓혀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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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의 목적은 완벽하게 깨끗하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다 보면 어른의 기준으로 결과를 판단하기 쉽습니다.

 

“그렇게 넣으면 안 되지.”

“다시 똑바로 정리해.”

하지만 어린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완벽하게 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사용한 물건을 다시 제자리로 가져다 놓는 경험을 하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조금 삐뚤어져 있어도, 시간이 조금 오래 걸려도 아이가 스스로 했다면 그 과정을 인정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네가 자동차를 제자리에 넣었구나.”

“놀고 난 다음에 스스로 정리했네.”

이렇게 구체적으로 이야기해주면 아이도 자신이 어떤 행동을 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함께 정리하기
함께 정리하기

정리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정리는 어느 날 아이에게 설명한다고 바로 습관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책을 읽고 나서 책을 제자리에 놓아보고, 놀이가 끝나면 장난감을 함께 정리하고, 식사 전에는 놀던 것을 정리하는 등 일상생활 속에서 반복하면서 조금씩 익혀가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처음에는 부모나 교사의 도움을 받아야 했던 아이가 어느 순간 스스로 장난감을 제자리에 가져다 놓기 시작합니다.

정리하는 것이 몸에 밴 아이와 그렇지 않은 아이의 차이는 단순히 성격이나 의지의 차이만은 아닐 수 있습니다.

 

그동안 얼마나 정리할 기회를 경험했는지, 정리하기 쉬운 환경이 마련되어 있었는지, 어른이 어떤 방식으로 도와주었는지도 함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아이에게 정리를 가르치는 것은 단순히 장난감을 치우게 하는 일이 아닙니다.

자신이 사용한 것을 다시 제자리로 돌려놓고, 즐거웠던 놀이를 스스로 마무리하며, 자신의 생활을 조금씩 정돈해 가는 경험입니다.

그러니 아이가 “정리하기 싫어”라고 말할 때마다 무조건 치우라고 재촉하기보다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아이에게 정리는 익숙한 일일까요, 아니면 아직 배워가는 중인 일일까요?

정리를 잘하는 아이로 만들기 위해 서두르기보다 아주 작은 것부터 함께 시작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책 한 권을 제자리에 놓는 것부터, 자동차 한 대를 바구니에 넣는 것부터 시작해도 충분합니다.

그 작은 경험들이 쌓이면 어느 순간 아이는 놀이가 끝났을 때 자연스럽게 자신의 놀잇감을 돌아보게 됩니다.

 

잘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이 즐겁게 놀았던 것을 스스로 마무리하는 힘을 기르는 것 역시 아이의 성장 과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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