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과 생활하다 보면 어른의 눈에는 분명히 일부러 하는 것처럼 보이는 행동이 있습니다.
친구를 자꾸 툭툭 치거나, 다른 아이가 만들어 놓은 것을 건드리거나, 약속한 것을 지키지 않는 경우입니다. 같은 행동이 반복되면 “알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것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을 보고 의도까지 바로 판단하면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습니다.
행동은 잘못되었더라도 아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는 바로 판단하기보다 한 번 더 물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친구를 자꾸 툭툭 치던 만 3세 혜선이
만 3세 혜선이는 친구들을 툭툭 치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친구들은 교사에게 와서 말했습니다.
“선생님, 혜선이가 자꾸 방해해요.”
“힘들게 해요.”
“싫다고 해도 자꾸 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혜선이가 친구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교사는 혜선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보았습니다.
“혜선이가 세나를 툭 쳤니?”
혜선이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습니다.
“아니요.”
그러자 친구가 말했습니다.
“네가 쳤잖아!”
그런데 혜선이는 계속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질문을 조금 바꾸어 보았습니다.
“혜선아, 그럼 어떻게 한 건데?”
혜선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그냥 만졌어요.”
그 말을 듣고 보니 혜선이는 친구를 괴롭히려고 ‘툭 친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다가가 손으로 만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친구의 입장에서는 갑자기 몸을 만지는 행동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구들에게 물어보았습니다.
“혜선이가 이렇게 만지는 것이 좋아?”
친구들은 모두 싫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혜선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친구를 괴롭히지 마”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왜 친구에게 그렇게 했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혜선이는 왜 친구를 만졌을까
교사가 다시 물었습니다.
“혜선이는 왜 친구를 만졌니?”
혜선이가 대답했습니다.
“놀려고요.”
“아하, 놀고 싶어서 그랬구나?”
그제야 혜선이의 행동이 조금 다르게 보였습니다.
혜선이는 친구를 괴롭히고 싶은 것이 아니라 친구와 놀고 싶었던 것입니다.
다만 놀고 싶다는 마음을 친구에게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를 아직 잘 몰랐습니다.
그래서 혜선이에게 다른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친구와 놀고 싶을 때는 이렇게 말해볼까?”
“나랑 같이 할래?”
“나도 같이 놀고 싶어.”
“나도 시켜줄래?”
혜선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친구를 만지지 않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친구와 놀고 싶은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한 번 더 물어보았기 때문에 알 수 있었던 부분입니다.

행동과 의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어른은 아이가 한 행동을 보고 그 이유까지 빠르게 판단하기 쉽습니다.
친구의 놀이를 방해하면 “친구를 괴롭히려고 했구나”라고 생각하고, 물을 쏟으면 “일부러 쏟았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과 아이의 의도는 반드시 같은 것은 아닙니다.
친구의 블록을 무너뜨린 행동은 잘못되었지만, 아이가 친구와 놀고 싶어서 다가간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을 쏟은 것도 사실이지만 일부러 그런 것이 아니라 손이 미끄러졌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잘못된 행동은 바로잡아야 합니다.
다만 행동을 바로잡는 것과 아이의 마음을 단정하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만 5세 송철이의 행동은 교사에게도 충격이었습니다
한 번은 중간에 입학한 만 5세 송철이 때문에 교사로서 적지 않은 충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처음 송철이의 행동을 보았을 때는 솔직히 당황스러웠습니다.
‘만 5세 아이가 이런 행동을 할 수 있을까?’
‘이렇게 심한 말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아이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성장 과정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별별 생각이 다 들었습니다.
송철이는 친구들에게 심한 말을 하거나 놀이를 방해하는 행동을 자주 했습니다. 다른 아이들의 부모님에게서도 송철이 때문에 아이가 상처를 받는다는 연락이 이어졌습니다.
교사인 저 역시 처음에는 송철이의 행동을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한번은 블록놀이를 하고 있는 친구에게 송철이가 같이 놀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말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해. 나중에 놀게.”
그러자 송철이는 친구 옆에 앉아 친구가 만들어 놓은 블록을 살살 무너뜨리면서 말했습니다.
“나는 네가 없어졌으면 좋겠어.”
“너는 나빠.”
색종이로 팽이를 접으며 놀고 있는 친구에게는 자신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나 이것 좀 만들어 줘. 나는 새로 와서 접지 못하잖아.”
하지만 친구가 놀이를 하느라 바로 만들어 주지 않자 친구의 것을 가져가거나 미운 말을 하기도 했습니다.
친구들의 입장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이었습니다.
특히 만 5세 아이들이라면 친구에게 부탁하는 방법이나 거절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어느 정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래서 송철이는 친구들에게 더욱 미움을 받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교사인 저도 한 가지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이 아이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잘못된 행동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는 없지만, 행동의 이유를 알아야 아이에게 필요한 도움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나를 미워해서요”
교사는 송철이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습니다.
“송철아, 왜 친구들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야?”
그때 송철이가 한 대답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이 나를 미워해서.”
그 말을 듣는 순간 송철이의 행동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송철이는 친구가 자신의 놀이 제안을 거절하는 것을 ‘나를 싫어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입니다.
친구와 놀고 싶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그런데 송철이는 그 거절을 ‘나는 미움받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을 적절하게 표현하는 방법은 몰랐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친구를 밀어내는 말과 행동으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친구의 블록을 무너뜨리거나 미운 말을 하는 행동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된 행동은 분명히 고쳐야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단순히 “그러면 안 돼”라고 꾸짖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송철이에게는 친구와 지내는 방법과 함께 친구의 거절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친구의 거절이 나를 미워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교사는 이야기 나누기 시간에 이 문제를 반 아이들과 함께 이야기해 보기로 했습니다.
“얘들아, 송철이는 친구가 같이 놀자는 말을 거절하면 자기를 미워해서 그런 거라고 생각했대. 너희들 송철이가 미워서 그랬니?”
아이들은 모두 “아니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다시 물었습니다.
“친구에게 같이 놀자고 했는데 ‘지금은 곤란해’라는 말을 들어본 사람?”
그러자 반 아이들이 모두 손을 들었습니다.
송철이는 가만히 친구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친구에게 거절을 당하는 것은 송철이만 겪는 일이 아니었습니다.
누구나 친구에게 “지금은 안 돼”라는 말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이 반드시 미움의 표현은 아니었습니다.
교사는 송철이에게도, 친구들에게도 이 점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반 친구들에게 작은 부탁을 하나 했습니다.
송철이가 같이 놀자고 했을 때 지금 당장 함께 놀기 어렵다면 그냥 거절하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한마디를 더 붙여주기로 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해. 하지만 네가 싫어서 그런 것은 아니야.”
이 방법은 생각보다 효과가 있었습니다.
친구들은 송철이에게 조금 더 배려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고, 송철이도 친구들의 거절을 조금씩 다르게 받아들이기 시작했습니다.
새로 들어와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마음을 친구들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약 두 달 정도 지나자 송철이는 어느새 우리 반 아이들과 비슷한 말투와 방법으로 친구들과 지내고 있었습니다.

아이를 이해한다고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은 아닙니다
혜선이와 송철이의 이야기를 생각해 보면 공통점이 있습니다.
두 아이 모두 행동만 보면 어른이 쉽게 판단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혜선이는 친구를 계속 만졌고, 송철이는 친구의 놀이를 방해했습니다.
하지만 한 번 더 물어보니 그 행동 뒤에 있던 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혜선이는 친구와 놀고 싶었습니다.
송철이는 친구가 자신을 미워한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두 아이의 행동을 그대로 허용하지는 않았습니다.
친구를 만지는 행동은 다른 방법으로 바꾸어야 했고, 친구의 놀이를 방해하는 행동 역시 멈추어야 했습니다.
다만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 뒤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가 훨씬 분명해졌습니다.
아이를 이해한다는 것은 잘못을 눈감아 주는 것이 아닙니다.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살펴보고, 아이에게 필요한 방법을 알려주는 것입니다.
2026.09.21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아이들이 함께 생활하다 보면 친구와 갈등이 생기는 일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하고, 놀이하다가 친구를 밀기도 합니다. 줄을 서다가 먼저 가고 싶
bom1212.com
“왜 그랬어?” 대신 조금 다르게 물어보세요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무조건 이유를 캐묻거나 변명을 받아내려 할 필요는 없습니다.
먼저 상황을 살펴보고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왜 그렇게 했는지 이야기해 줄래?”
“친구와 놀고 싶었던 거야?”
“친구가 싫다고 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어?”
이런 질문은 아이를 혼내기 위한 질문이 아니라 자신의 행동을 돌아볼 기회를 주는 질문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감정과 생각을 말로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이 서툽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몰라요”라고 대답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바로 “거짓말하지 마”라고 몰아붙이기보다 잠시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의 마음을 찾아 말할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행동은 가르치고 마음은 함부로 단정하지 않기
아이를 키우거나 교육하면서 모든 행동을 좋게만 해석할 필요는 없습니다.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거나 친구의 놀이를 일부러 방해하는 행동은 분명하게 알려주고 고쳐야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만 보고 아이를 ‘일부러 그러는 아이’, ‘친구를 괴롭히는 아이’라고 규정해 버리는 것은 조심해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어른이 미처 알지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수록 한 번 더 물어보려고 합니다.
“네가 왜 그랬는지 이야기해 줄래?”
그 질문 하나로 아이의 행동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꾸중인지, 설명인지, 새로운 행동 방법을 가르쳐 주는 것인지도 알 수 있습니다.
아이를 가르치는 것은 잘못을 찾아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 뒤에 있는 마음을 살펴보고, 더 나은 방법을 배울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까지가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쩌면 아이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을 때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2026.09.30 - [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 친구와 다툰 아이,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요?
친구와 다툰 아이,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여러 명의 아이가 함께 생활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다툼이 자주 생깁니다. 놀잇감을 서로 갖고 싶어 하거나, 놀이 순서를 먼저 차지하고 싶어 하거나, 친구가 자신의
bom1212.com
'아이의 마음을 읽는 유아 교육'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친구와 다툰 아이,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요? (2) | 2026.09.30 |
|---|---|
| 아이가 “미안해”라고 말하지 않을 때, 억지로 사과시키지 않아도 될까요? (0) | 2026.09.21 |
| 분리되어 살던 남매를 다시 함께 살게 한 이야기 (0) | 2026.08.02 |
| “친구가 자꾸 괴롭혀요” 만 2세 아이의 말, 정말 무슨 뜻일까요? (2) | 2026.07.24 |
| 동생이 생긴 후 첫째가 힘들어할 때, 부모가 꼭 알아야 할 7가지 (2) | 202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