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유난히 눈에 띄는 행동을 하는 아이가 있습니다.
친구를 밀치고, 장난감을 던지고, 줄을 서야 할 때 혼자 뛰어나가기도 합니다. 교사가 여러 번 이야기해도 듣지 않는 것처럼 보일 때도 있습니다.
이런 아이를 바라보는 어른의 마음은 복잡합니다.
‘왜 저럴까?’
‘도대체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는데 그냥 둘 수도 없고….’
그런데 아이의 행동을 오랫동안 관찰하다 보면 처음에는 문제행동으로만 보였던 모습 뒤에 다른 마음이 숨어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오늘 이야기는 제가 현장에서 만났던 한 아이와 그 가정의 이야기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의 이름은 가명으로 하겠습니다.

“어머니, 오늘도 민준이가…”
민준이는 다섯 살 남자아이였습니다.
민준이의 어머니는 어린이집에서 전화가 올 때마다 마음이 무거웠다고 합니다.
“어머니, 오늘 민준이가 또….”
선생님의 전화는 비슷한 내용으로 이어졌습니다.
친구를 밀쳤다는 이야기, 장난감을 던졌다는 이야기, 줄을 서지 않고 뛰어다녔다는 이야기, 교사의 지시를 잘 따르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어머니는 집에서의 민준이를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어려웠습니다.
집에서는 활발하고 호기심이 많았습니다. 새로운 것에 관심을 보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린이집에만 가면 자꾸 문제가 생겼습니다.
어머니는 다른 부모들의 시선도 신경 쓰이기 시작했습니다. 등하원할 때 다른 부모들과 마주치는 것조차 부담스럽게 느껴졌다고 합니다.
집에 돌아오면 아이를 야단치는 일도 많아졌습니다.
“왜 어린이집에서 자꾸 그렇게 행동해?”
“친구를 때리면 안 된다고 했잖아.”
아이의 행동을 고쳐야 한다는 생각이 커질수록 엄마와 아이 사이의 분위기도 점점 경직되어 갔습니다.
무엇보다 어머니를 힘들게 한 것은 이런 생각이었습니다.
‘우리 아이가 나쁜 아이인가?’
아이를 행동만으로 판단하지 않기
민준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아이의 행동을 바로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 행동이 언제, 왜 나타나는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처럼 자신의 마음을 자세하게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속상해도 “속상해요”라고 말하지 못하고 친구를 밀칠 수 있습니다.
억울해도 설명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를 수 있습니다.
움직이고 싶은 마음이 큰데 오래 앉아 있어야 하면 몸이 먼저 움직일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친구를 밀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을 허용해야 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잘못된 행동에는 분명한 한계를 알려주어야 합니다.
다만 행동을 제한하는 것과 아이를 나쁜 아이로 판단하는 것은 다른 일입니다.
그래서 민준이를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민준이에게는 반복되는 행동의 패턴이 있었다
민준이의 생활을 살펴보면서 몇 가지 특징이 드러났습니다.
민준이는 에너지가 많은 아이였습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도 강했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컸습니다.
그런데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시간에는 비교적 편안하게 지내다가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활동이나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친구가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려고 할 때도 몸이 먼저 반응했습니다.
말로
“내가 지금 가지고 놀고 있어.”
“조금 있다가 줄게.”
라고 이야기하기보다 친구를 밀어버리는 것입니다.
또 관심을 받고 싶은 마음도 컸습니다.
문제행동을 했을 때는 선생님과 주변 친구들의 관심이 한꺼번에 민준이에게 모였습니다.
아이에게는 그것 역시 하나의 강한 경험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민준이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히 “하지 마”라는 말이 아니라 자신의 에너지와 감정을 다른 방법으로 표현하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집에서 몸을 충분히 움직여 보았다
가정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것은 신체 활동이었습니다.
어머니는 매일 저녁 민준이와 함께 집 근처 놀이터에 나갔습니다.
함께 뛰기도 하고 정글짐에 올라가기도 하고 공놀이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퇴근 후 아이와 놀이터에 나가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작은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충분히 뛰어논 날에는 저녁 시간의 민준이가 훨씬 차분했습니다.
잠자리에 드는 것도 전보다 수월해졌습니다.
아이에게 움직임이 필요하다는 것을 어머니가 직접 경험하게 된 것입니다.
주말에는 아버지와 함께 태권도 체험도 시작했습니다.
태권도장에서 민준이는 힘이 넘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관장님은 그 모습을 부정적으로만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힘이 많은 만큼 그 힘을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면 된다고 보았습니다.
발차기를 하고 기합을 넣으면서도 정해진 순서를 지키고, 다른 사람을 존중하며 자신의 힘을 조절하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 민준이가 잘하는 모습을 인정받는 경험이 중요했습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자주 지적을 받던 아이가 태권도장에서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그 경험은 아이에게 자신이 잘할 수 있는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주먹 대신 말로 표현하는 연습
또 하나의 중요한 변화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도록 도와주는 것이었습니다.
민준이는 화가 났을 때 자신의 감정을 말로 설명하기 어려워했습니다.
그래서 가정에서는 평소 생활 속에서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기 시작했습니다.
“속상했구나.”
“친구가 네 장난감을 가져가서 화가 났구나.”
“기다리는 게 답답했구나.”
아이의 마음을 대신 말해주는 것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림책을 읽으면서 등장인물의 감정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습니다.
“이 친구는 지금 어떤 기분일까?”
“친구가 장난감을 가져가면 너라면 어떻게 말할까?”
그리고 실제 상황을 놀이처럼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친구가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는 상황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때 친구를 밀치는 대신
“내가 가지고 놀고 있어.”
“끝나면 줄게.”
라고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그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선생님, 도와주세요.”
라고 이야기하는 방법도 알려주었습니다.
이런 연습은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반복하면서 아이는 조금씩 ‘화가 났을 때 할 수 있는 다른 행동’이 있다는 것을 배워갔습니다.
어린이집과 가정이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다
가정에서만 노력해서는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민준이가 하루의 대부분을 보내는 곳은 어린이집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함께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민준이는 언제 가장 힘들어하나요?”
“어떤 활동에서 자주 움직이나요?”
“친구와 어떤 상황에서 갈등이 생기나요?”
이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민준이가 특히 어려워하는 상황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오랫동안 앉아 있어야 하는 활동 전에는 잠시 움직일 수 있는 기회를 주기도 했습니다.
교실에서 필요한 물건을 가져오거나 정리하는 일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민준이에게 작은 역할을 주는 것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날짜판을 바꾸거나 간식 시간에 필요한 물건을 준비하는 일을 도왔습니다.
정리 시간에는 장난감 상자를 옮기기도 했습니다.
민준이는 움직일 수 있으면서도 자신이 교실에 도움이 되는 존재라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교사의 관심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문제행동을 했을 때 주로 관심을 받았다면 이제는 잘한 행동을 찾아서 바로 알려주었습니다.
“민준이가 오늘 친구 차례를 기다렸구나.”
“친구에게 먼저 장난감을 빌려주었네.”
“오늘은 선생님에게 말로 이야기했구나.”
작은 변화도 놓치지 않고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아이의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변화는 하루아침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날은 잘하다가도 다시 친구와 다투었습니다.
어른 입장에서는 ‘이제 좋아졌나 보다’ 생각했는데 다음 날 다시 어려운 행동이 나타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전체적인 흐름은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어린이집에서 걸려오는 전화의 내용도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민준이가 넘어진 친구를 일으켜 세워줬어요.”
“새로 온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서 말을 걸었어요.”
이런 이야기를 듣는 날이 생겼습니다.
민준이의 높은 활동성과 적극성은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다만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자유 놀이 시간에는 새로운 놀이를 제안하고 친구들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친구에게 먼저 다가가 함께 놀자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감정 조절에 실패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전과 달라진 점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조금씩 말로 표현하기 시작했고, 문제가 생겼을 때 선생님에게 도움을 요청하는 모습도 나타났습니다.
가장 많이 달라진 사람은 부모였다
민준이의 변화를 지켜보면서 어머니도 자신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행동을 빨리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아이를 바꾸려고만 하기보다 아이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도 부모의 역할이라는 것을 알게 된 것입니다.
물론 부모가 항상 차분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힘든 날에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다시 아이에게 이야기합니다.
“엄마가 아까 너무 화가 나서 큰 소리를 냈어. 미안해.”
부모 역시 감정을 조절하는 과정에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완벽한 부모가 되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을 없애는 것보다 아이를 이해하는 것이 먼저일 때가 있다
유아교육 현장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저는 ‘문제행동’이라는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될 때가 많습니다.
물론 다른 사람을 때리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지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을 하는 아이 자체를 문제로 바라보는 순간 아이를 이해할 기회가 사라질 수 있습니다.
친구를 미는 행동 뒤에는 자신의 물건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 있습니다.
계속 뛰어다니는 행동 뒤에는 충분히 움직이고 싶은 욕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친구를 방해하는 행동 뒤에는 함께 놀고 싶은 마음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이마다 이유는 다릅니다.
그래서 모든 행동을 하나의 이유로 설명해서도 안 됩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오래 관찰하는 것입니다.
언제 그런 행동이 나타나는지, 그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이가 무엇을 원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의 마음은 이해해 주되 다른 사람을 해치는 행동에는 분명한 경계를 알려주는 것입니다.
아이를 ‘문제아’로 부르기 전에
아이들은 아직 성장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감정을 조절하는 것도 배우고, 친구와 갈등을 해결하는 것도 배우고, 자신의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도 배워가는 중입니다.
그래서 어른의 눈에는 서툴고 거친 행동으로 보이는 모습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그때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무조건적인 허용도 아니고 반복적인 야단도 아닐 것입니다.
“그 행동은 하면 안 돼.”
라고 분명하게 알려주면서
“그런 행동을 한 이유가 무엇인지 함께 찾아보자.”
라고 바라보는 것도 필요합니다.
민준이를 만났던 경험을 통해 부모가 배운 것도, 교사가 배운 것도 바로 그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넘치는 에너지와 자기표현 욕구가 문제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맞는 활동을 제공하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가정과 어린이집이 같은 방향으로 도와주자 아이의 모습은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에너지가 사라진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적극성이 없어진 것도 아닙니다.
그 에너지를 사용하는 방법을 하나씩 배워간 것입니다.
아이의 행동 때문에 걱정될 때 한 번쯤 이런 질문을 해보면 좋겠습니다.
‘우리 아이가 왜 이럴까?’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아이는 이 행동으로 무엇을 말하고 있는 걸까?’
라고 말입니다.
그 질문은 아이를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에서 벗어나 아이를 이해하는 시선으로 우리를 데려갈 수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바꾸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때로는 앞으로 갔다가 다시 뒤로 물러나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이의 작은 변화를 발견하고, 필요한 방법을 알려주고, 가정과 기관이 함께 기다려준다면 아이는 자신의 감정과 행동을 조절하는 방법을 조금씩 배워갈 수 있습니다.
문제행동 뒤에 숨은 아이의 신호를 발견하는 것.
어쩌면 그것이 아이를 돕는 첫걸음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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