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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동화 들을 때 돌아다녀" — 만 2세가 말하는 '괴롭혀'의 진짜 의미

by 마음안내 2026. 7. 24.

선생님, 윤영이가 요즘 매일 주호가 괴롭혔다고 해요. 바쁘시겠지만 잘 살펴봐 주세요.

 

등원 시간에 윤영이 엄마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습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괴롭힘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부모도 교사도 걱정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만 2세 아이가 말하는 '괴롭혀요'가 어른이 생각하는 의미와 전혀 다를 때도 있습니다.

 

이 글은 어린이집에서 있었던 한 사례를 통해 만 2세 아이가 생각과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아이의 말을 들을 때 무엇을 살펴보면 좋은지 정리한 이야기입니다.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아이 이름을 윤영이(가명), 주호(가명)로 바꾸고 일부 상황은 각색했습니다.

"주호가 자꾸 괴롭혀요" 선생님도 의아했던 이유

담임 선생님은 조금 의아했습니다. 평소 교실에서 두 아이가 크게 다투는 모습을 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입니다. 혹시 보지 못한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싶어 두 아이를 유심히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윤영이는 책 보기와 퍼즐, 인형 놀이를 좋아하는 아이였습니다. 조용하고 차분하게 자기 놀이에 집중하는 시간이 많았습니다. 반면 주호는 자동차를 타고 공을 굴리는 등 몸을 움직이는 놀이를 좋아하며 교실 안에서도 활발하게 다녔습니다.

두 아이의 놀이 성향이 워낙 달랐기 때문에 같은 놀잇감을 두고 가까이 노는 시간도 많지 않았습니다.

구분 윤영이 주호
좋아하는 놀이 책 보기, 퍼즐, 인형 놀이 자동차, 공 등 몸을 움직이는 놀이
놀이 모습 조용히 앉아 오래 집중 교실을 활발하게 돌아다니며 놂
동화 시간 선생님 곁에서 책을 향해 집중 들으면서도 일어나 돌아다니고 옷을 만지작

유아의 또래 갈등을 분석한 연구는 갈등이 대개 사물의 소유와 놀이 방해, 뜻대로 되지 않는 상황에서 가장 많이 일어나며 남아는 놀이를 방해하면서 갈등이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고 보고합니다(문윤경, 2003). 윤영이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실제 다툼이 있었을 것이라 짐작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밝은 오전 교실 동화 시간, 집중하는 여아와 뒤에서 돌아다니는 남아(AI생성 이미지)
밝은 오전 교실 동화 시간, 집중하는 여아와 뒤에서 돌아다니는 남아(AI생성 이미지)

직접 관찰해도 보이지 않았던 '괴롭힘'

하원 시간이 지나고 또 윤영이 엄마에게서 전화가 왔습니다.

원장님, 오늘도 주호가 괴롭혔대요. 혹시 선생님이 못 보신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 아닐까요?

 

담임 선생님도 난감했습니다.

정말 이상하네요. 오늘 하루 종일 살펴봤는데 특별한 일이 없었거든요.

 

그래서 저도 교실에 들어가 함께 놀면서 하루를 온전히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주호가 윤영이를 밀치거나 놀잇감을 빼앗는 모습은 끝까지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그날도 엄마의 전화는 같은 내용이었습니다.

오늘도 주호가 괴롭혔대요.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윤영이가 어떻게 괴롭혔다고 하던가요?

 

엄마도 난처한 듯 대답했습니다.

그건 잘 모르겠어요. 그냥 주호가 자꾸 괴롭혔다고만 해요.

 

여기서 한 가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윤영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니고, 선생님이 상황을 놓친 것도 아니라면, 아이가 말하는 '괴롭힌다'는 대체 무슨 뜻일까요?

"동화 들을 때 돌아다녀" 답을 말해 준 순간

다음날 윤영이와 함께 놀이하면서 직접 물었습니다.

윤영아, 주호가 너를 괴롭혀?

 

윤영이는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랬구나. 주호가 어떻게 괴롭혀?

 

잠시 생각하던 윤영이가 말했습니다.

동화~ 들을 때 돌아다녀~.

 

그 말에 그동안의 상황이 조금씩 연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주호는 동화 시간에 가만히 앉아 있는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이야기에 관심이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책을 들으면서도 교실을 조금씩 돌아다니고, 선생님 뒤쪽으로 가서 옷을 만지작거리며 이야기를 듣곤 했습니다.

 

반면 윤영이는 동화 시간이 되면 가만히 앉아 책을 바라보고, 선생님 가까이 다가가 듣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그런 윤영이에게 주호의 움직임은 상당히 신경 쓰이는 일이었던 것입니다.

윤영이의 '괴롭힌다'는 어른이 생각하는 친구를 괴롭히는 것이라기보다, 내가 동화를 듣고 있는데 옆에서 계속 움직여서 싫어요라는 마음에 가까웠습니다.

 

동화 들을 때 주호가 돌아다녀서 싫은 거야?

윤영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제야 '괴롭혀요'라는 한마디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교실 창가에서 교사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만 2세 여아(AI생성 이미지)
교실 창가에서 교사와 눈을 맞추며 대화하는 만 2세 여아(AI생성 이미지)

만 2세는 왜 한 단어로 마음을 말할까

만 2세 무렵에는 말이 빠르게 늘어나는 시기입니다. 언어발달 연구들은 아이들이 18~24개월 사이 어휘폭발기를 거치며 알고 쓰는 단어가 짧은 기간에 크게 늘어난다고 보고합니다. 원하는 것을 말하고, 좋고 싫은 것을 표현하기 시작합니다. 예전에는 울거나 손으로 가리키던 것을 이제 말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다만 아직 아이가 알고 있는 단어가 충분하지는 않습니다. 정서단어 습득과 정서 이해를 연구한 논문들은 아이가 아는 감정 단어가 많아질수록 정서 이해 능력도 함께 자라고, 그 이해와 표현은 연령이 늘며 점진적으로 충실해진다고 보았습니다.

 

만 2세는 이 발달의 가장 앞 단계에 있습니다. 어른에게는 방해한다, 신경 쓰인다, 집중하기 어렵다로 나뉘는 상황이, 아이에게는 아는 단어 하나인 '괴롭혀'로 압축되어 나오는 것입니다.

아이의 말 말 뒤에 있을 수 있는 마음 어른이 확인하는 질문
괴롭혀 집중 중에 방해받아 싫어 무엇을 하는데 싫었어?
싫어 가까이 오는 게 부담스러워 친구가 어디서 뭘 했을 때 싫었어?
뺏었어 내 것이 빠져나가 당황스러워 그 전에 무엇을 가지고 있었어?
안 해 뜻대로 안 되어 지쳤어 어떤 부분이 어려웠어?

아이가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느낀 것을 설명할 방법이 아직 부족해서, 아는 단어로 최대한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친구가 나를 괴롭혔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른의 의미로 바로 번역하기보다 한 번 더 물어보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말로만 끝내지 않고 상황으로 확인한 이유

그렇다고 아이의 말을 가볍게 여겨도 안 됩니다. 윤영이의 말에는 분명히 불편한 일이 있었다는 뜻이 담겨 있었습니다. 다만 그 불편함의 원인이 우리가 짐작한 것과 달랐던 것입니다. 이 차이는 아이의 말을 듣는 일과 실제 상황을 관찰하는 일이 함께 가야 알 수 있습니다.

 

만약 아이의 말을 그대로 받아들여 주호를 괴롭히는 아이로 정했다면, 주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이름표를 달게 됩니다. 반대로 아무리 봐도 그런 일이 없는데라고만 여겼다면 윤영이가 느끼던 불편함을 놓쳤을 것입니다.

 

그래서 다음날 작은 실험을 해 보기로 했습니다. 제가 주호에게 텃밭에서 방울토마토 따는 일을 도와달라고 했습니다. 주호는 신이 나서 저와 함께 텃밭으로 나갔고, 그동안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서 동화책을 읽어 주었습니다. 하원 후 엄마에게 물었습니다.

 

어머니, 오늘 윤영이가 뭐라고 하던가요?

엄마가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오늘은 안 괴롭혔대요.

 

선생님들은 그 말에 웃음을 터뜨렸습니다. 주호가 없던 날 동화 시간의 방해가 사라졌고, '괴롭혀요'의 의미가 저절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렇게 관찰해 기록으로 부모와 나누면 교사의 주관이 섞인 전달이 아니라 아이의 실제 생활을 함께 보는 일이 됩니다.

밝은 오전 텃밭에서 원장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따는 만 2세 남아(AI생성 이미지)
밝은 오전 텃밭에서 원장과 함께 방울토마토를 따는 만 2세 남아(AI생성 이미지)

아이의 "싫어" 속 마음을 꺼내는 세 단계

이런 일은 만 2세에게 생각보다 흔합니다. 아이들은 친구가 내 놀이를 방해해서 속상해라고 말하기 어렵기 때문에 싫어, 안 해, 뺏었어, 괴롭혀 같은 아는 단어로 말합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말을 틀렸다고 고쳐주는 것이 아니라 말 뒤의 상황을 함께 찾아주는 일입니다.

  • 1단계 마음 받아주기: 먼저 아이의 감정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그랬구나, 많이 싫었구나.」 판단과 단정은 그다음으로 미룹니다.
  • 2단계 상황 확인하기: 「친구가 뭘 해서 싫었어?」처럼 구체적으로 묻고, 말만 듣지 말고 실제 놀이 상황도 함께 관찰합니다.
  • 3단계 어른이 정리해 주기: 「네가 동화를 듣는데 친구가 옆에서 계속 움직여서 싫었던 거야?」라고 정확한 말로 정리해 줍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아이는 자기 마음을 표현하는 단어를 하나씩 배웁니다.

다만 두 가지는 기억해야 합니다. 아이의 표현이 사실과 다르다고 무시해서는 안 됩니다. 그 말은 아이가 자기 마음을 알리기 위해 보내는 신호입니다.

 

반대로 만 2세의 '괴롭혀'가 늘 놀이 방해만을 뜻하는 것도 아닙니다. 실제로 밀치거나 물건을 빼앗는 일이 반복되거나, 아이가 극심하게 거부하고 몸에 상처가 보인다면 상황을 정확히 확인하고 개입이 필요합니다. 말과 행동과 몸의 신호를 함께 보는 것이 안전합니다.

마치며

윤영이의 "주호가 괴롭혀요"는 처음에는 심각한 친구 갈등처럼 들렸습니다. 그러나 아이의 이야기를 하나씩 듣고 실제 상황을 살펴보니 그 말의 의미는 전혀 달랐습니다. 윤영이는 좋아하는 동화 시간에 주호가 돌아다니는 것이 불편했고, 그 불편함을 설명할 다른 단어가 아직 없었던 것입니다.

 

아이의 말이 어른의 뜻과 다르다고 틀렸다고 여기기보다, 지금 어떤 마음이 이 말을 꺼내게 했는지 한 번 더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아이의 한마디를 천천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과 그 순간의 마음이 담겨 있습니다. 조금만 더 천천히 듣고 구체적으로 물어봐 주면 아이의 진짜 마음을 이해하는 일이 훨씬 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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