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가장 자주 듣는 목소리 중 하나가 '선생님, 쟤가 먼저 가져갔어요!'입니다.
놀잇감을 두고 다투거나, 놀이 순서를 먼저 차지하려 하거나, 끼어든 친구가 싫어서 갈등이 생깁니다.
부모 입장에서도 하원길에 '친구와 싸웠어요'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이 철렁합니다.
이 글은 어린이집에서 실제로 벌어진 다툼 사례를 바탕으로 아이들이 왜 다투는지, 교사는 어떤 순서로 도와주는지, 부모는 어디까지 개입하는 것이 좋은지를 정리했습니다. 다툼을 없애는 방법보다 다툼이 배움이 되도록 돕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아이들이 다투는 것은 발달 과정의 일부입니다
어린아이들은 아직 자신의 생각을 중심으로 상황을 바라봅니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친구가 하고 싶은 것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발달심리학에서는 이 과정을 사회정보처리 모델로 설명하는데, 상대의 행동을 보고 의도를 추론하는 단계에서 오류가 잦아 친구가 실수로 건드린 것도 '일부러 그랬다'고 해석하는 적대적 귀인 편향이 나타나기 쉽습니다. 국내 연구에서도 조사한 만 4세 유아 45명 중 13명이 이런 편향을 보였다고 보고했습니다.
다툼의 모습도 연령마다 다릅니다. 만 3세는 놀이나 나눔에서 제외되는 것에, 만 4세는 요청 무시와 역할 차지에, 만 5세는 의견 충돌에 반응하며 다투는데, 이는 사회적 사고가 단계별로 성숙해 가는 신호입니다.
누리과정 사회관계 영역에도 '친구와의 갈등을 긍정적인 방법으로 해결한다'는 목표가 있습니다. 갈등은 문제가 아니라 배울 과제라는 뜻입니다.
다툼을 줄이려면 환경 준비부터 생각합니다
어린이집에서는 연령과 교실 환경을 고려해 갈등이 지나치게 많아지지 않도록 준비합니다.
어린 아이들 반에서는 인기 있는 놀잇감을 충분히 마련해 한 가지 놀잇감을 두고 다투는 상황을 줄이고, 조금 자란 아이들에게는 '나도 하고 싶어', '다 하고 나면 빌려줄래?', '같이 해도 될까?'처럼 마음을 전하는 말을 알려줍니다.
| 연령 | 자주 생기는 다툼 | 함께 준비하면 좋은 것 |
|---|---|---|
| 만 3세 | 놀이·나눔에서 제외되는 상황 | 인기 놀잇감 넉넉히, 짧은 규칙 반복 |
| 만 4세 | 요청 무시, 역할 차지 | 원하는 마음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 |
| 만 5세 | 의견 충돌 | 차례와 약속 정하기, 스스로 풀어볼 기회 |
다만 준비한다고 다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서로 잘 맞고 자주 함께 노는 친구들 사이에서 다툼이 더 자주 일어나기도 합니다.
친한 친구끼리도 다투는 이유
희준이는 연서와 아주 친했습니다. 두 아이는 블록으로 커다란 성을 만들기도 하고 로켓이나 비행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놀이 성향이 비슷해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고, 그만큼 다툼도 잦았습니다.
어느 날 두 아이가 블록 놀이를 하다 다투었습니다.
희준: '아니에요. 여기 그냥 있었어요. 그래서 쓴 거예요.'
연서: '내가 쓸려고 했단 말이야.'
희준: '그걸 내가 어떻게 알아?'
두 아이 모두 자신의 입장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 '곤란한 일이 생겼구나. 어떻게 하면 좋을까?'라고 말했지만, 연서는 계속 속상해했고 희준이는 블록을 돌려주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정리 시간이 되어 두 아이는 '너 때문에 놀지도 못했어'라며 서로를 탓했고, 모두 억울한 마음으로 놀이를 끝냈습니다.

다툼을 빨리 끝내는 것이 항상 좋은 것은 아닙니다
'네가 먼저 양보해', '친구한테 미안하다고 해', '사이좋게 나눠 써.'
아이들의 다툼을 지켜보면 어른 입에서 쉽게 나오는 말들이 있습니다. 양보와 사과가 필요한 때도 있지만, 아이가 왜 양보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말에 따라 행동하게 하는 것은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갈등 중재 연구들은 공통적으로 이해 없이 강요된 사과는 진정성 없는 형식만 남긴다고 지적합니다. 사과가 효과를 가지려면 아이가 자신의 행동과 상대의 마음을 이해한 뒤에 자연스럽게 나와야 합니다.
실제로 만 4세 아이를 지도하며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습니다. 다툼이 생겼는데 상대 친구가 조리 있게 이야기했습니다. 자기가 먼저 가지고 놀던 놀잇감을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친구가 가져갔다는 것입니다.
결국 그 아이가 사과하며 상황은 마무리되었고 이후 별문제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6시간쯤 지난 하원 시간, 엄마를 보자 서럽게 울기 시작했고 낮에 있었던 일을 엄마에게 이야기했습니다.
어른이 보기에 끝난 일이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끝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하지 못한 채, 억울함을 표현하지 못한 채 마무리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다툼을 볼 때는 누가 이겼는지, 누가 먼저 사과했는지보다 아이가 자기 이야기를 충분히 말할 수 있었는지를 먼저 살펴봅니다.
판결 대신, 아이들이 해결책을 찾게 합니다
미국 HighScope 교육과정의 갈등 해결 6단계가 대표적인 중재 틀입니다.
차분하게 접근해 위험한 행동을 멈추고, 감정을 인정해주고, 양쪽 이야기를 듣고, 문제를 정리해준 뒤 아이들이 해결책을 스스로 고르게 하고, 이후 곁에서 지켜주는 순서입니다. 핵심은 어른이 해결책을 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희준이와 연서의 다툼도 그 자리에서 억지로 해결하지 않았습니다. 놀이시간이 끝난 뒤 아이들과 함께 앉아 두 입장을 번갈아 정리해주었습니다. '희준이는 블록이 그냥 놓여 있는 줄 알고 가져갔대.' '연서는 잠깐 다른 곳에 갔지만 그 블록을 쓰려고 했대.' 그리고 물었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이: '양보해야죠.' — '누가?' 아이들은 잠시 생각했습니다.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그럼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나: '안 된다고 하면?'
아이: '그럼 가져가면 안 돼요.'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 방법을 찾아낸 순간이었습니다. 이야기를 나눈 뒤 우리가 정한 놀이 방법을 종이에 적어 교실 벽에 붙였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일이 생기면 교사가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아이들이 먼저 말했습니다.
'여기에 적었잖아. 먼저 물어보고 가져가는 거야.' 시간이 지나면서 비슷한 갈등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 상황 | 어른의 역할 |
|---|---|
| 말로 주고받는 수준의 갈등 | 기다려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질문으로 돕기 |
| 감정이 커진 순간 |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고 양쪽 이야기를 정리해주기 |
| 안전이 위험한 상황 | 때리기·밀치기·던지기, 반복된 괴롭힘은 즉시 개입해 상황 정리 |
부모도 먼저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가정에서 아이가 '친구랑 싸웠어'라고 이야기하면 걱정부터 됩니다. 하지만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는 것이 좋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어?', '네가 속상했던 것은 뭐였어?', '친구는 뭐라고 했어?' 그리고 들은 뒤에는 '다음에 이런 일이 생기면 어떻게 해볼까?'라고 함께 방법을 생각합니다.
이런 대화는 아이에게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하라는 뜻이 아닙니다. 내 마음을 표현하고 친구 생각도 들어보며 갈등을 푸는 방법을 익히도록 돕는 것입니다.
- '누가 잘못했어?' 대신 '무슨 일이 있었어?'로 시작했나요
- 아이의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었나요 ('속상했구나')
- 결론을 재촉하지 않고 아이의 방법을 먼저 물었나요
- 억지로 사과하게 하지 않았나요
- 다칠 위험이 있었다면 그때는 분명하게 개입했나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판결하는 어른이 아닙니다
함께 생활하는 이상 다툼은 피하기 어렵습니다. 장난감을 갖고 싶은 마음도 다르고 놀이 방법에 대한 생각도 다릅니다.
어른이 모든 갈등을 대신 해결해주면 아이는 갈등을 푸는 경험을 쌓지 못하고, 안전이 위협받는 상황까지 아이에게 맡길 수도 없습니다. 필요한 것은 그 사이의 균형입니다. 아이가 스스로 풀 수 있는 갈등이라면 생각을 말하고 친구 이야기를 들어볼 기회를 주고, 필요할 때는 질문으로 도와주며, 안전과 관련된 상황에서는 어른이 분명하게 개입합니다.
친구와 다투지 않는 아이로 만드는 것보다, 다툼이 생겼을 때 자기 마음을 표현하고 상대의 입장을 생각하며 해결하는 힘을 키워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갈등을 대신 해결해주는 어른이 아니라, 필요할 때 손을 내밀어주면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는 어른일 것입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09.21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친구와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하고, 놀이하다가 친구를 밀기도 하고, 줄을 서다가 먼저 가고 싶은 마음에 친
bom1212.com
2026.09.27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아이의 '싫어'를 존중하는 방법, 억지로 시키지 않고 기다려준 어린이집 실제 사례 3가지
아이의 '싫어'를 존중하는 방법, 억지로 시키지 않고 기다려준 어린이집 실제 사례 3가지
아이와 생활하다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싫어", "아니"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밥을 먹자고 해도, 옷을 입자고 해도, 정리하자고 해도 싫다고 하고, 어린이집 가기 싫다고 말하는 날도 있습니다.
bom1212.com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선택권을 줬는데 더 요구한다면 — 자기주도성은 범위 안의 선택에서 자랍니다 (0) | 2026.10.06 |
|---|---|
| 아이가 일부러 그런 것처럼 보일 때, 행동 뒤 마음을 확인하는 질문 4가지와 실제 사례 (0) | 2026.10.04 |
|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못해'라고 말하는 아이, 자신감을 키우는 부모의 반응 4가지와 실제 사례 (0) | 2026.09.29 |
| 아이의 '싫어'를 존중하는 방법, 억지로 시키지 않고 기다려준 어린이집 실제 사례 3가지 (5) | 2026.09.27 |
| 유아 장난감 빼앗기, '빼앗으면 안 돼'보다 먼저 가르쳐야 할 말과 어린이집 사례 (0) | 2026.09.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