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지켜보다 보면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갑자기 가져가는 모습을 자주 봅니다. 친구의 자동차를 낚아채고, 놀고 있던 인형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그러면 빼앗긴 아이는 울고, 가져간 아이는 자기 것이라는 듯 장난감을 꼭 쥐고 서 있습니다. 이 모습에 어른은 당황하기 쉽습니다. '왜 친구 장난감을 빼앗았을까?', '미안하다고 해야 하지 않을까?' 친구의 것을 허락 없이 가져가는 행동은 알려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앞에 한 가지를 더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아이는 지금 자신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이 글은 만 2세와 만 3세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아이가 장난감을 빼앗는 이유, 연령별로 가르쳐야 할 말, 가정에서의 대응 방법을 정리했습니다. '빼앗으면 안 돼'라는 한마디가 아니라 그 다음에 필요한 배움을 함께 살펴보시길 바랍니다.
장난감을 빼앗는 것은 발달 과정의 일부입니다
특히 만 2세와 만 3세는 또래와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에 있습니다.
발달 연구에서는 소유 개념이 대략 2세 전후에 시작되어 6세 전후에 안정된다고 봅니다. 그 전에는 내 것과 친구 것의 경계, 그리고 '가지고 싶은 마음'과 '가져가도 되는 행동' 사이의 거리가 아직 멀기 때문에 장난감 분쟁은 버릇이라기보다 발달상 자연스러운 과정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행동 하나만으로 아이를 욕심 많고 이기적인 아이로 판단하기보다, 아이가 지금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 연령 | 장난감 앞에서의 모습 | 함께 준비하면 좋은 것 |
|---|---|---|
| 만 2세 |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먼저 표현 | '나도 가지고 싶어'처럼 그 상황에서 쓸 말 알려주기 |
| 만 3세 | 말로 부탁하고 기다릴 수 있음 | 부탁하는 말과 거절하는 말을 함께 정하기 |
| 만 4~5세 | 차례와 약속을 이해하기 시작 | 아이들이 약속을 정하고 지키도록 지켜보기 |
만 2세 현서가 좋아했던 불자동차
만 2세 현서는 모형 자동차를 무척 좋아했습니다. 그중에서도 불자동차를 특히 좋아해, 늘 일찍 등원해 좋아하는 불자동차부터 찾곤 했습니다.
어느 날 아침, 교실에 들어선 현서의 눈에 다른 친구가 바로 그 불자동차를 가지고 노는 모습이 들어왔습니다. 현서는 친구의 손에서 자동차를 재빨리 낚아챘습니다. 친구는 '어? 어?' 하다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했고, 현서는 화가 난 얼굴로 우는 친구를, 손에는 자동차를 꽉 쥔 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현서: '내꺼야!'
나: '현서가 좋아하는 자동차야?'
(현서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 '그런데 민국이도 좋아해. 둘 다 좋아하는구나.'
현서는 잠시 두리번거리더니 다른 불자동차 하나를 찾아 민국이에게 가져다주었지만, 민국이는 그 자동차를 내팽개치며 더 크게 울었습니다.
현서에게는 같은 불자동차였지만 민국이에게 중요한 것은 다른 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나는 민국이에게 차례로 물었습니다.
나: '현서가 너 놀고 나서 나한테 줄래? 이렇게 말하지 않아서 속상해?' (다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나: '아하, 그렇구나. 민국이는 나중에 줄 수 있는데 현서가 갑자기 가져가서 속상한 거구나.'
그 대화를 옆에서 듣던 현서의 표정이 조금 누그러졌습니다. 나는 현서에게 말했습니다. '현서야. 민국이는 부탁하면 들어줄 거래. 그런데 조금 기다려야 한대. 민국이한테 말해볼까?'
(민국이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런데 민국이가 곧바로 자동차를 현서에게 건네주었습니다.

그날 현서에게 사과를 시키지 않았던 이유
이 상황에서 나는 현서에게 '민국이에게 미안하다고 해'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과가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닙니다.
그 순간 가르쳐 주고 싶었던 것은 장난감을 갖고 싶을 때 어떻게 요청하는지였기 때문입니다. 만 2세는 원하는 것을 행동으로 먼저 표현하는 경우가 많고, 마음을 상황에 맞는 말로 표현하는 데 개인차가 큽니다.
'나도 가지고 싶어', '다 놀고 나면 나에게 줄래?' 같은 말을 적절한 순간에 쓰는 것이 아직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 연령에게는 잘못을 지적하는 것과 함께 그 상황에서 쓸 수 있는 말을 직접 알려주고 경험하게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현서가 직접 '다 놀고 나 줄래?'라고 말했고, 그 말로 원하던 자동차를 받는 경험을 했습니다. 이 경험은 다음번에 다시 쓸 수 있는 하나의 방법으로 남습니다.
물론 부탁받았다고 반드시 하던 놀이를 포기할 필요는 없지만, 그날의 지도 목표는 요청하는 말을 알려주는 것이었고 현서가 좋은 결과를 경험했기에 거기서 마무리했습니다. 생활지도는 한순간에 모든 것을 가르치는 일이 아니라, 그 순간 가장 필요한 것을 하나씩 경험하게 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만 3세 윤아와 태오, 부탁과 거절을 함께 배웁니다
만 3세가 되었다고 친구의 장난감을 절대 가져가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언어가 발달하면서 마음을 말로 표현할 기회가 조금씩 많아집니다.
윤아는 다른 아이들에 비해 갈등이 거의 없는 아이였습니다. 왜 그런지 관찰해보니 재미있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윤아가 좋아하는 것은 역할놀이 영역의 토끼인형이었습니다. 어느 날 다른 친구가 그 토끼인형을 가지고 놀고 있었는데, 윤아는 빼앗는 대신 친구 옆에서 함께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윤아: '토끼가 아파? 내가 의사 선생님이라구!'
(친구가 다른 놀이로 넘어가는 순간) 윤아: '내가 토끼 가지고 놀아도 돼?'
윤아는 갖고 싶은 마음을 행동으로 바로 나타내지 않고, 함께 놀다가 친구의 놀이가 끝나는 순간 요구를 말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이런 작은 차이가 또래 갈등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함께 배워야 하는 것은 부탁만이 아닙니다. 거절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만 3세 태오는 '같이 놀자', '너 하고 나 줄래?'라는 말을 잘하는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친구가 '싫어'라고 하면 눈물이 금세 그렁그렁 맺혔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태오 역시 거절은 아주 솔직하게 한다는 점입니다. 거절당하면 속상하면서도 친구에게는 아무렇지 않게 '싫어'라고 말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거절할 때 쓸 말을 함께 정했습니다. '지금은 곤란해.' 장난감을 갖고 싶지 않을 때도, 같이 놀자는 제안을 받기 어려울 때도 이 한마디로 말하기로 했습니다. 친구의 부탁을 무조건 받아줄 필요는 없고, 거절당했다고 내 마음이 무시당한 것도 아닙니다.
'빼앗으면 안 돼'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빼앗으면 안 돼'라는 알림은 필요합니다. 하지만 거기서 끝나면 아이는 다음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릅니다.
갈등 중재 연구들도 같은 지점을 강조합니다. 어른이 행동만 막거나 해결책을 대신 정해주기보다, 아이가 다음에 쓸 수 있는 방법을 언어로 알려주고 직접 선택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 상황 | 이렇게 말해보기 |
|---|---|
| 빼앗았을 때 | '빼앗으면 안 돼!' → '물어보고 가져가면 돼. 나도 가지고 놀아도 돼?'라고 말해보자 |
| 거절당했을 때 | '뭐 어때, 같이 놀아' → '친구가 아직 놀고 싶대. 조금 기다려볼까? 다른 놀잇감을 찾아볼까?' |
| 사과 시키고 싶을 때 | '지금 미안하다고 해' → '친구가 속상해했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해볼까?' |
아이의 마음과 친구의 마음을 함께 말로 풀어주는 것도 중요합니다.
'친구가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서 속상했나 봐. 너도 가지고 싶었구나.' 어린아이에게 타인의 입장을 충분히 생각하라고 요구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어른이 상황을 말로 풀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마음도 소중하지만 친구에게도 놀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것, 가져가기 전에 물어볼 수 있다는 것, 기다릴 수도 있고 같이 놀 수도 있다는 것, 내가 거절당해 속상하듯 친구도 속상할 수 있다는 것을 말로 알아듣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원하는 것을 항상 얻는 경험이 아니라,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관계를 맺으며 해결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입니다.
가정에서 해볼 수 있는 방법
가정에서 아이가 장난감 분쟁을 겪고 돌아왔다면, 누가 잘못했는지 판단하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주고 다음에 쓸 말을 함께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 '누가 잘못했어?' 대신 '무슨 일이 있었어?'로 시작했나요
- 아이의 마음에 이름을 붙여주었나요 ('가지고 싶었구나', '속상했구나')
- 집에서도 '나도 가지고 놀아도 돼?' 같은 요청 말을 연습했나요
- '지금은 곤란해'처럼 거절의 말도 함께 알려주었나요
장난감을 빼앗았다고 아이를 욕심 많은 아이로 규정하지 않았나요

아이를 '빼앗는 아이'로 기억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장난감을 빼앗은 행동은 분명히 지도해야 합니다. 하지만 그 행동 하나로 아이를 '욕심 많은 아이'로 규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아이들은 아직 배우는 과정에 있고, 중요한 것은 실수하지 않도록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실수했을 때 다음에는 어떻게 행동할 수 있는지 알려주는 것입니다.
어느 날에는 친구의 장난감에 바로 손을 뻗던 아이가 잠시 멈춰 '나도 가지고 놀아도 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런 짧은 한마디가 나오기까지는 많은 경험과 연습이 필요합니다.
가르쳐야 할 것은 '빼앗으면 안 돼'라는 한마디가 아니라, 어떻게 말하고 기다리고 함께할 수 있는지, 친구의 마음을 존중하면서도 내 마음을 표현하는 방법까지입니다. 아이들은 그렇게 작은 경험을 하나씩 쌓으며 친구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갑니다.
함께 읽으면 좋은 글
2026.09.21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아이들과 함께 생활하다 보면 친구와의 갈등은 자연스럽게 일어납니다.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가져가기도 하고, 놀이하다가 친구를 밀기도 하고, 줄을 서다가 먼저 가고 싶은 마음에 친
bom1212.com
2026.09.30 -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 어린이집 다툼 지도, '누가 잘못했어?' 대신 질문으로 돕는 방법과 실제 사례
어린이집 다툼 지도, '누가 잘못했어?' 대신 질문으로 돕는 방법과 실제 사례
어린이집에서 가장 자주 듣는 목소리 중 하나가 '선생님, 쟤가 먼저 가져갔어요!'입니다. 놀잇감을 두고 다투거나, 놀이 순서를 먼저 차지하려 하거나, 끼어든 친구가 싫어서 갈등이 생깁니다.부
bom1212.com
'아이의 마음과 기질 이해'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시작하기도 전에 '나는 못해'라고 말하는 아이, 자신감을 키우는 부모의 반응 4가지와 실제 사례 (0) | 2026.09.29 |
|---|---|
| 아이의 '싫어'를 존중하는 방법, 억지로 시키지 않고 기다려준 어린이집 실제 사례 3가지 (5) | 2026.09.27 |
| 어린이집에서는 잘하는데 집에서는 떼쓰는 아이, 이유는 환경과 마음의 편안함입니다 (0) | 2026.09.22 |
| 유아 사과 지도 방법, '미안해'보다 먼저 필요한 3가지 질문과 만 4세 사례 (0) | 2026.09.21 |
| '할 수 있어. 3년을 봤잖아' — 엄마 다리에 매달리던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 3년 (0) | 2026.05.25 |